한국의 대표적인 진보시인... 만인보 7개 언어로 번역 출판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적인 시인 고은. 시인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958년 현대문학에 ‘눈길’, ‘봄밤의 말씀’ 등을 발표, 문단에 나온 시인은 한때 승려의 삶을 살기도 했다. 문인으로서 삶과 함께 그는 항상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렀을 뿐만 아니라 구금, 가택연금 등을 반복했다. 특히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으킨 쿠데타에 저항하고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 계엄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죽음 직전의 극한 상황을 체험했다.

▲ 경기도 안성 고은시인 자택을 찾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부이사장과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총감독.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군법회의에서 20년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감금된 시인은 ‘미치지 않기 위해’ 그가 아는 모든 이의 얼굴들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는 그렇게 탄생했다.

감방의 어둠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인은 그의 어린 시절 마을에서 시작해 역사적 인물과 문학계 인사들,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포함할 아주 긴 시, 또는 연작 시집을 구상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앞에서 그가 만난 이들의 얼굴을, 그 이미지들을 기억하며 살아남았던 것. 그는 1982년 석방된 이후 1986년에 출판된 ‘만인보’ 1권을 시작으로 필생의 역작을 집필해 나갔다.

‘시로 쓴 인물사전’ 혹은 ‘시로 쓴 민족의 호적부’라 일컬어지는 ‘만인보’는 세계 최초로 사람만을 노래한 연작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작가가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만났던 특정 인물들을 실명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으로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등 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만인보’는 25년여의 집필기간을 거쳐 올해 2월말께 3천800여편, 30권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해 말 탈고한 마지막 원고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기와 역사적 인물들을 주제로 쓴 시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5.18민중항쟁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가 올해 5.18 30주년을 맞아 비엔날레의 주제로 다시 세계인들에게 선을 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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