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란 말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된 말인데, 이 말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음지식물처럼 그 생명을 면면히 이어 온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페리페테스, 시니스 스키론, 프로쿠르스테스란 악당들을 차례로 물리친다.

그중 네 번째로 만난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이 악당은 좀 엽기적인 취미(?)를 갖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쇠침대에 눕힌 뒤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행인의 몸을 잡아 늘려 죽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 죽였다. 영웅 테세우스는 이 악당을 그가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를 그의 쇠침대에 눕히고 키가 쇠침대보다 길자 그의 다리를 잘라 죽였다. 여기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말이 생겨났는데 이 말은 자기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고치려는 것, 남에게 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려는 것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는 프로쿠루스테스를 닮은 사람들이 참 많다. 자기만의 틀을 만들어 놓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자기의 틀에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단호히 그들과의 소통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각각 다르고 키가 각각 다르듯이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견해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데 이 괴물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없이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우겨댄다. 3천년도 훨씬 전인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프로쿠르스테스들이 자본주의라는 세상을 만나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괴물들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단절시키고 역사와 역사를 단절시키고 종국에는 세계 인류의 발전을 끊어놓을 사람들이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21개 도서관에서는 대출 실적이 저조한 책들을 골라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인기 없는 책들은 추방시키겠다는 말이다. 그 중에는 헤밍웨이의 소설 작품들과 디킨슨의 시집도 들어있다. 이 책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사람들에게 대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슬픈 일이다.

세계가 공인하는 인류의 정신적 지주였던 작품들이 노숙자가 되게 생겼다. 현대인들에게 외면당한 책은 그것이 비록 과거의 정신적 자산이었다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는 것이다. 놀랄 일이다. 이것은 누구의 발칙한 발상인가? ‘상품’이라는 침대를 만들어 놓고 인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류의 정신을 잘라버리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프로쿠르스테스와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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