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밑, 필자는 신문을 보면서 흥미로운 말을 접했다. 노무현대통령이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고 했다한다. 필자는 ‘민주주의’도 관심거리로 다가왔지만 ‘말’에 더 눈길이 갔다.

솔직히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담론문화가 빈천하여 주장은 난무하나 논증은 약하다고 느껴왔기에 그렇다. 논리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말의 정치’를 음미한다.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차이는 때로는 글로, 때로는 토론으로 이견을 좁힌다. 서로 다른 오해를 최소화시키는 제대로 된 소통이야말로 민주적인 언로가 살아있는 사회이다.

말귀가 잘 통하려면 상호존중과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고 승복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흔히 문맥을 놓치고 특정한 말만 붙잡게 되면 감성적 요소에 지배되어 말의 힘을 잃게 된다. 바른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말하고 들어주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론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듣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민주적인 대통령을 원한다면 말을 들어주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이고 완성이다. 대통령이든 국민의 누구든 간에 거침없이 내던지는 토론의 화두를 아름답게 끌어안을 때 다수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시대가 아니다. 권위로 포장하지 않고 낮은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선 최고 통치자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는가.

대통령마저 시민의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말로 정치를 풀어가겠다는 것은 많이 듣고 많이 말하자는 것이지 궤변정치를 하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허무맹랑한 독설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흑백논리만 내세우는 태도일 것이다. 일찍이 율곡선생께서도 “언로가 나라를 살린다.”고 하였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소통문화를 제안하는 것은 참신한 일이고 진정성을 가진 태도이다. 말은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매개물이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다.”는 옛 속담에서 소통의 참맛을 찾을 수 있다. 기실 말에는 의미와 논리가 담겨있다. 뱉어낸다고 말이 곧바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말의 정합성과 말의 힘을 만드는 정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사유능력을 갖는 인간에게 ‘말’이라는 표현능력이야말로 관계를 풀어가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하였지 않았던가. 누구나 인간관계 속에서 말을 둘러싸고 한두 번씩 일희일비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확한 개념을 담는 말과 합리적인 논리, 감성적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끄는 ‘언어’와 ‘소통’이 2006년의 양심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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