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 ‘관광대가 문제 빼고, 신변안전보장 집중' <뉴스 검색 제공 제외>

정부가 북측의 금강산.개성관광 관련 당국간 실무회담 제안을 수용했다.

정부는 25일 오전, 통일부 현인택 장관 명의로 북측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개성관광 관련 실무회담을 2월 8일 개성에서 갖자'고 수정제의했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과 장소에 대한 남북 합의절차는 남아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측이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던 회담 개최 문제를 남측이 수용하면서 관광객 피격사건 발생 19개월만 남북이 금강산 관광을 위한 공식회담장에 나오게 됐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조건으로 △진상규명 △재발방지약속 △신변안전보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2008년 출입.체류 제한 초치인 '12.1'조치로 인해 중단된 개성관광은 2009년 9월 북한이 이 조치를 자진해제하면서 관광 재개 여건이 충족된 상태지만 남측이 제기하고 있는 '신변안전보장' 문제에 걸려 있다.

◇ 당국회담 형식 강조 = 일단 회담 개최에 앞서 정부가 대북통지문 수신 명의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으로 명시한 부분이 눈에 띈다.

앞서 지난 14일 북측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회위원회(아태) 명의로 통일부에 전통문을 전달한 바 있다. 아태는 북측 조선노동당 외곽기구로 통일전선부 사업을 할 때 대외적 명의로 활용되고 있으며, 김양건 아태 위원장이 통전부 부장을 맡고 있는 등 통전부 인사가 대부분 아태 간부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아태 창설시 스스로 밝힌 성격규정에 따르면 비정부적인 평화애호기구로 되어 있다"며 "아태 명의로 온 부분에 대해 우리가 꼭 당국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국이라고 확정짓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당국간 회담의 주체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북측이 이번 회담 주체를 계속해서 '아태'로 명시하더라도, 통전부 인사들이 '아태' 모자를 쓰고 있는 만큼 '책임있는 당국자'가 회담에 참석할 경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금강산.개성관광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협의 채널은 당국간 협의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변안전보장 문제 역시 책임 있는 당국간 협의가 반드시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측의 답신이 '아태'로 다시 올 경우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부는 이날 통지문에서 "이 문제를 협의하는데 있어서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와야 한다"고 명시했다. 남측은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대표단 3명이 이번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 출입.체류합의서 개정 추진 =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조건 중 '신변안전보장' 문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천해성 대변인은 "우리가 이야기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의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실무협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신변안전보장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변안전보장 문제는 지난 2004년 2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공식 서명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되어 있지만, 정부는 금강산 피격사건,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사건 이후 합의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해왔다.

통일부는 올해 신년업무보고에서 '국민의 확실한 신변안전보장'을 9대 중점 과제로 선정하면서 '개성.금강산 출입체류 합의서' 중 접견권.변호인 조력권 명시, 조사절차 구체화 등을 완벽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개성.금강산 출입체류 합의서' 개정 문제을 제기할 계획이다. 북측은 신변안전보장 문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로 확인한 바 있지만 실질적인 합의서 개정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또, 정부는 개성.금강산 등지에 '출입.체류 상설기구 설치' 문제도 제기할 계획이다. 이 역시 신년업무보고 내용에 포함돼 있으며, 출입.체류 합의서에서 이미 합의한 바 있는 사안이다.

◇ 관광대가 문제는 언급 안해 = 금강산 관광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관광대가 지급 방식 변경 문제였다.

지난해 북한의 로켓 발사 및 2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금강산 관광대가를 현급 지급 방식에서 현물지급 방식으로 변경하는 문제를 검토한 바 있으며, 북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수준의 금강산 관광 규모에서 현금지불 방식은 문제가 없다'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광 대가 지불 방식은 (이번 회담에서)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서 검토될 만한 상황이 되면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즉, 관광 재개의 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천해성 대변인도 "현재로서는 우리가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나중에 관광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그 문제에 대해 필요하면 검토가 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세 가지 문제(3대 조건)를 가지고 협의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종합해보면 '신변안전보장'이라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관광대가'라는 큰 걸림돌은 사라진 셈이다. 다만,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출입.체류 합의서' 개정 문제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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