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北 '국가개발은행' 설립의 의미..."북.미간 타협점?" <뉴스검색 제공 제외>

북한 국방위원회(위원장 김정일)가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외자유치를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제재완화, 국제금융기구 가입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열린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투자그룹) 이사회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결정 '국가개발은행 설립에 대하여', '대풍투자그룹 조정위원회 설립함에 대하여' 와 국방위원장 명령 '대풍투자그룹 활동을 보장할 데 대하여'가 전달됐다.

중국.홍콩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풍투자그룹이 직접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고 이를 통해 확보된 외화를 국가개발은행이 관리하면서 국가의 주요 정책에 투입하는 구조로 보인다.

북한은 대풍투자그룹에 대한 역할을 "대외경제협력기관으로서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투자유치 및 자금원천을 보장"으로 규정했으며, 국가개발은행은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외자유치 강화, 외자관리 단일화'

일단 이번 조치는 최근 북한이 화폐개혁을 전후로 해서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외자유치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북한은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스티븐 보즈워스 특별대표, 찰스 보이드 국가안보사업이사회 회장 등 미국 인사들이 방북했을 때마다 해외투자를 적극 강조해왔다.

또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 벌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이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가개발은행 설립은 2004년 내각차원에서 준비했다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북한 최고국가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직접 추진.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풍투자그룹 활동 보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령으로 전달하면서, 외국기업의 대북투자 보장 수준을 높였다. 대풍투자그룹은 북한이 중국과 홍콩에 설립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중국 대기업과 제철소, 석탄발전소 건설을 체결하면서 대외투자 유치 창구로 주목받은 바 있다.

국가개발은행을 통해 외자관리를 단일화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국가개발은행 설립 의미에 대해 "첫째 외자유치 확대, 둘째 외자의 계획적 관리 및 단일화"라고 정리했다.

홍 전문연구원은 "대풍그룹이 해외 유치의 직접 창구 역할을 하고 이 외자가 북한으로 들어갈 때는 국가개발은행으로 창구가 단일화 될 수도 있다"면서 "그동안 단위별로 돈이 활용되면서 생겨난 비리 등 불투명성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재완화, 국제금융기구 가입'... 북.미간 타협점 될 수도

국가개발은행의 역할 중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들과 거래할 수 있는 현대적 금융규범과 체계를 갖춘다"는 부분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사전 준비 작업으로 해석된다.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지원은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구상 중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리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이 방미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가입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보즈워스 특별대표 방북의 메시지 중 '경제개발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국가개발은행이 "미국과 북한의 타협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지정된 북한의 은행.기업에 대한 재제는 유지하더라도 새로 설립된 '국가개발은행'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미국이 원칙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북제재 유지'와 북한이 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의 가입 및 지원'이 타협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개발은행에 대해 북한이 "현대적 금융규범과 체계를 갖춘다"고 적시한 부분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풍투자그룹의 민간 해외자본의 유치는 현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가능하지만 국가개발은행의 국제금융기구와의 거래는 북.미관계 개선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위해 북한이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단위가 필요하지만, 세계은행이나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가입은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따라 결정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대한 미국의 양해가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이 국가개발은행을 추진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 민간 기업들이 빠르면 3,4월 적어도 상반기 중에 평양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대북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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