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창] 검찰총장 격려금, 국민은 촌지가 아닌 뇌물로 본다 뉴스검색제공 제외

검사와 기자는 어떤 사이일까요. 아니 검사와 기자는 어떤 사이여야 할까요.

검사들의 총수,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격려하지않고 기자들을 격려한다는 명분으로 현금과 수표를 돌렸다고 합니다. 부정, 비리 등에 단호한 경향, 한겨레 신문, 오마이뉴스 등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지만 정작 대형신문사는 입을 다물었다고 합니다. 방송채널권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대형신문사들은 이해당사자로 전락한 모습으로 ‘보도해야 할 것’과 ‘하지말아야 할 것’에 대한 선택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이 존중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경향, 한겨레 신문의 용감한 보도로 알려진 내용은 ‘11월 3일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간부 8명, 팀장급 법조 출입기자 8명이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취임 이후 첫 간담회를 겸한 저녁식사를 한 후 ‘특별 이벤트’를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김 총장은 추첨을 통해 당첨된 8명의 기자들에게 봉투를 건넸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받은 봉투에는 '격려' '검찰총장'이라고 씌어있었고, 그 안에는 50만 원 씩이 현금과 수표가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여론의 질책이 나오며 사회적 이슈가 되자 대검찰청은 유감의 뜻을 전하는 한편, ‘촌지도 아니고 유용도 아니며 더 이상 사후조치도 하지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미디어오늘 11월6일자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촌지 개념)

이번 김 총장의 돈봉투의 성격에 대한 시시비비는 조금 후에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이번 사건은 5공화국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저 유명한 ‘권인숙양 성고문’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당시 검찰은 ‘성을 혁명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조작된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에 검찰출입 기자들을 모아놓고 ‘이번에는 조금 많습니다’라고 하면서 촌지를 전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촌지를 받았던 MBC의 모 기자가 ‘한국기자협회보’에 고백한 내용을 보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 두툼했던 촌지는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언론은 일제히 검찰의 요구대로 검찰의 일방적 발표만 대서특필했고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의 주장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조작하고 인권을 유린한 부끄러운 사건의 주체로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이 앞장 섰지만 이를 보고도 고발하지못한 당시의 한국 언론은 ‘수치스런 언론’으로 스스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반성과 다짐은 항상 세월이 흐른 뒤에 밋밋하게 하는 듯 마는 듯 후배 기자들의 사기를 꺾었습니다.

이제 다시 정리하고자 합니다. 검사와 기자의 관계에서 8명에게 돌아간 50만원씩 4백만원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촌지’가 아니라면 무엇이냐에 대해 검찰은 답변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이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검찰총장은 고생하는 검사를 격려해야 합니다. 기자를 왜 검찰총장이 격려해야 합니까. 이것은 매우 잘못된 구태의 ‘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를 격려하는 사람은 그 회사 사장이나 독자, 시민들입니다. 검찰권력의 격려를 받는다면 기자들은 행복해 하고 보람을 느끼게 될까요.

기자가 검찰청을 출입하고 검사들을 만나는 것은 검찰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법집행 과정에서 적법성과 투명성, 공정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 억울한 피해자나 법의 남용으로 인한 잘못된 일탈행위에 대한 감시, 견제의 역할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찰과 언론은 도저히 친해지기 어려운 좀은 껄끄러운 사이일 뿐입니다. 참여정부때는 기자실에서 쫒겨나야 하지않았습니까.

그 다음, 돈의 성격입니다. 검찰도 언론도 돈에 관해서는 정확한 표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정서와 상식에서 벗어난 용어를 자기네끼리만 암호처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4백여만원 돈을 기자들에게 뿌린 것은 ‘촌지’가 아니라 ‘뇌물’입니다. 대가성이 없고 공개적으로 돌렸기 때문에 ‘뇌물’은 얼토당토 않다고 주장하시겠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않습니다.

왜 대가성이 없습니까.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국민의 세금을 뭣 때문에 수백만원을 뿌리지요. 직간접적으로 ‘잘 지내보자’라는 뜻, 목적이 담겨있다면 이것은 검찰이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적용하려했던 ‘포괄적 뇌물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일부 검사나 판사들이 재벌로 받은 수백, 수천만원의 돈을 ‘떡값’으로 표현하고 언론에서 이를 그대로 ‘떡값’으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뇌물이라고 표현하면 수사를 해야 하고 처벌대상이 되니까요.

촌지(寸志)의 본래 의미는 ‘작은 정성’입니다. 검사들은 총장이 기자들에게 건넨 4백여만원을 ‘촌지’라고 부를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이를 ‘뇌물’로 봅니다.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 하는 자체가 온당한 돈거래로 보지않기때문입니다. 대검에서 ‘유감’의 뜻을 표현한 것도 뭔가 떳떳하지 못하기때문입니다.

검찰총장의 정당한 권위, 검사들의 신뢰에 흠이 가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검찰의 총수가 이런 식으로 기자들을 상대로 ‘돈잔치’를 벌이는 사회는 선진투명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외국의 웃음거리로 전락해서 국격도 형편없이 전락하게 됩니다.

수백만원씩 뿌리며 ‘촌지’라고 우기는 집단, 공개적으로 분위기 띄우기 위해 공금을 휴지조각처럼 가벼이 여기는 공복들은 국민의 심사를 한번쯤 헤아려 주기를 당부합니다.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부디 ‘촌지’라는 이름으로 기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를 당부합니다. 검찰총장이 기자, 언론사까지 격려할 여유가 없습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수사나 제대로 됐는지 다시 한번 따져보기 바랍니다. 기자 격려는 사장, 시민의 몫으로 남겨주세요.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