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제 '흡수통일' 주장 이동복과 날선 토론도 뉴스검색제공제외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 교수는 4일 "2020년 즈음이면 남북이 판문점을 통해 교류하는 느슨한 연방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퉁 교수은 오는 9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0년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독일통일 20년과 한반도 평화' 세미나 초청강연에서 "가까운 미래에 체제통일은 불가능하다. 물론 두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방제나 느슨한 연방제는 가능하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 요한 갈퉁 교수가 4일 '독일통일 20년과 한반도 평화'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그는 "하나의 체제로 통일은 불가능하지만, 국가의 통일이라는 의미가 국경개방의 의미라면 그것은 가능하다"며 "상품, 서비스 그리고 인적교류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했다.

갈퉁 교수가 '느슨한 연방제'가 가능해지는 시기로 점친 2020년은, 그가 미국 '제국주의'의 붕괴 시점으로 제시해 온 것과 맞물린다. 그는 "북한 붕괴이론을 믿지 않는다"며 "2020년 이전에는 미국 '제국'의 붕괴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퉁 교수는 향후 북-중 관계에 대해 "앞으로 5년간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러나 미국의 한국 점령식으로 중국이 북한을 점령하는,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는 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평화협정이나 관계정상화 없이는 어느 것도 도출해 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면에서 미국에 오바마 정부가 출범했지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갈퉁 교수의 이같은 강연에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가 한국식 '흡수통일'을 주장하며 반론을 펴 양쪽간 날선 토론이 오가기도 했다.

"갈퉁 교수가 최근 20년 동안 미국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세계 문제를 논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지독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말을 연 이 대표는 "(갈퉁 교수가) 미국과의 관계의 맥락에서, '미국에 대한 채찍질'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갈퉁 교수의 '한반도 시각'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근본적으로 60년 전 남북이 분단돼 남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제화, 개방화, 서방세계와의 밀착관계가 있었지만 반면 북에서는 공산주의, 사회주의경제, 폐쇄, 소련과의 동맹관계로 돼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하면서 "갈퉁 교수는 남북한 간 서로 타협하는 형태의 귀결을 말하는데, 통일문제는 남한에서 성공을 거둔 체제와 제도 속으로 북한의 동포를 안아들여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리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갈퉁 교수가 긍정적으로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할 때 북한에 개혁.개방을 권유하고, 중국도 이를 권유했지만 북한이 완강히 거부했다"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돼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갈퉁 총장은 "빈부의 차이 때문에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이유는 한쪽은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를 요구하는데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햇볕정책은 꽁꽁 언 마음을 햇볕으로 따뜻하게 녹이겠다는 정책으로 북한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앞으로도는 한국도 미국에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정부가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두 차가운 마음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꽁꽁 언 상태로 있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도쿄와 워싱턴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제 변화할 의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는 매봉통일연구소와 아세아문제연구소 한국현대사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하고 권영세(한나라당) 의원실이 주관했으며, 박성조 독일 자유베를린대 교수와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덴재단 서울 대표가 발제자로 나와 각각 '유럽 NGO와 유럽기업들의 대북접근과 활동', '독일통일과 비교한 한반도의 통일비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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