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정 붙이고 ‘제2 고향’삼아야죠”

혁신도시 원주민 이주단지에서 첫 추석명절 맞은 남윤택씨 가족
“집성촌 떠난 아쉬움 가득 … 새집이 넓고 깨끗해도 옛집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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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건설로 4백여년 가까이 대를 이어 살았던 고향 동네를 떠나는 아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새로운 곳에 집을 짓고 살게 됐으니 여기를 ‘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롭게 시작해야죠.”

정든 집과 고향 땅이 빛가람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지역에 편입돼 산포면 신도리 739-56번지 일원에 새롭게 조성된 원주민 이주단지에서 첫 추석명절을 맞은 남윤택씨(50. 산포면 신도2구)의 감회는 여느 실향민과 남다르지 않다.

▲ 남윤택씨(사진 오른쪽)와 가족들이 고향 마을에서 마지막 이삿짐으로 옮겨온 장독을 씻고 있다. ⓒ나주시청 제공
고향땅이 물에 잠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리만리 떨어진 곳도 아니지만, 집성촌을 이루고 380여년을 살았던 고향땅을 떠난 아쉬움은 여느 실향민과 다를 바가 없다.

차라리 고향 땅이 눈에 보이지나 않으면 세월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잊혀 지겠지만, 바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주단지가 조성됐기에 먼 발치에서 바라 보고 있으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마당에만 나서도 고향땅이 눈에 가득 찬다.

지난 2일 마지막 이삿짐으로 장독을 옮겨 왔다는 남윤택씨는 “추석전 입주를 서두르면서 세간도 아직 정리가 안됐고, 집도 채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석명절을 맞는 주민들이 많다”고 다소 어수선한 명절분위기를 전하면서 “그래도 새집에서 처음 맞는 명절인 만큼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고 형제 친척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 추석명절을 맞아 함께 모인 남윤택씨 형제와 가족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나주시청 제공
남씨의 어머니 김용례씨(78)도 “열아홉에 시집와서 5남매를 낳고 60여년 가까이 살았던 고향집을 두고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깨끗하고 넓고 편해져서 좋긴 하지만 예전집보다는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나주시는 빛가람도시 개발지구에 주택이 편입된 금천면 월산 3구와 산포면 신도 2구 원주민을 위해 주택단지의 도로와 상․하수도, 가로등의 기반시설을 조성했으며, 조기 이주정착을 위해 농어촌 주택개량 23동을 특별 지원했다.

이장을 맡고 있는 남씨는 “남들은 보상을 받아서 엄청나게 부자가 된 줄로 아는데, 원주민들 대부분이 보상비가 1억 미만이어서 추가대출을 얻어 집을 지었고, 허가에서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너무 고생이 많았다”고 그동안의 고단했던 심경을 밝히면서도 “보상을 받아서 객지로 떠난 사람들 중에서는 이주단지에 들어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남씨의 고향마을은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물에 잠기지도, 건물이 들어서지도 않고, 휴식공간으로 꾸며질 것이다. 남씨를 비롯한 원주민들은 빛가람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건설돼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자신들이 살던 고향마을에 꾸며진 공원으로 소풍 가서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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