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梨落)아닌지…4대강 예산문제 보도도 '불발'

KBS 출신 청와대 대변인이 KBS의 4대강 사업 시리즈 보도와 관련, 담당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KBS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KBS <뉴스9>에서 '지류 피해 줄여야'라는 첫 4대강 시리즈가 방송된 지난 14일 저녁 시리즈를 담당했던 이영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 KBS '4대강 시리즈' 보도 당일 기자에게 전화"

▲ 지난달 14일 방영된 KBS <뉴스9>.
KBS는 '4대강 사업으로 근본적으로 홍수피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홍수피해는 주로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생긴다"며 "낙동강 지류인 김해의 조만강은 지난 여름 폭우 때 제방 대신 쌓은 흙 포대 사이로 물이 새 주변 주택들이 침수됐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날 18번째 꼭지로 방영된 리포트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본류와 지류의 고도차이가 커 4대강 수위가 낮아져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어서 보다 철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리포트라 나가자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도를 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기자협회보는박대변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장점과 의미도 균형있게 이야기해 달라"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전했다.

KBS 기자들 "전화한 것 자체가 문제 있다"

이에 대해 전화를 받았던 당사자인 이 기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으나 KBS 보도본부의 한 기자는 "청와대 대변인이 담당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보도국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KBS 4대강 예산문제는 기획단계서부터 누락

이와는 별도로 KBS는 4대강 시리즈 다섯번째 편 '4대강의 예산문제'에 대해 아예 기획단계에서부터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KBS 기자협회보는 "4대강 사업의 최대쟁점인 예산문제에 대해 해당 팀장이 원고 승인을 거부해 결국 방송 예정 당일 회의자료에도 오르지 못했다"며 "일선 취재진의 끈질긴 설득에도 방송은 끝내 불발됐다"고 전했다. KBS 기자협회도 당시 이 문제에 대해 경제팀장에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만간 보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해당 아이템을 취재했던 김원장 KBS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초 계획했던 아이템 가운데 4개라도 방송돼 다행스럽지만 중요한 사안인 예산문제가 방송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 아이템이 방송될 예정으로 알려진 지난달 18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구미와 포항을 방문, "4대강 사업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런 사업이 아니라"며 필요성을 역설한 날이었다.

이에 대해 김시곤 경제팀장은 "여야의 의견이 다른 상황이고 예산 배분의 권한은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는데 아이템에는 야당의 이야기만 들어있었다"며 "해당 아이템이 방송됐다면 대표적 불공정 아이템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BS 기자협회 방송 모니터단은 KBS의 4대강 시리즈 보도에 대해 "4대강 사업 구간은 대부분 지방에 있는데 로컬(지역 자체방송) 시간 전에 배치된 것은 첫날과 둘째날 세 건의 리포트 뿐이었다"며 "결국 지역 시청자들은 셋째 날과 넷째 날 시리즈는 못 보게 된 것으로 지역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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