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방식 10초→1초 변경 등…조건 없는 기본료 인하는 무산

이동통신요금이 다음달부터 인하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지난 25일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요금 인하 방안을 취합해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10초 과금체계를 1초 과금으로 개선하는 등의 전향적인 내용이 담겨있으나, 조건 없는 기본료 인하는 빠졌다.

사업자 요금 인하 방안을 종합하면, 먼저 SKT의 경우 현행 모든 요금체계를 10초에서 1초 과금 방식으로 바꾼다. 이용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처럼 통화 연결 시마다 부과되는 요금은 내지 않고 순수한 1초 과금이라고 SKT 쪽은 설명했다. KT와 LG텔레콤은 당분간 10초 과금제를 유지한다.

복잡한 요금제도 대폭 단순화된다. SKT는 현재 73개에서 20개, KT는 157개에서 30개, LGT는 60개에서 20개로 줄어든다. 완전한 1초 과금과 요금제 단순화는 전산 교체 등에 6개월 정도 소요되므로 내년 3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외국보다 비교적 높은 가입비도 인하된다. SKT는 현행 5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27% 내리고, KT는 현행 3만원원에서 2만4000원으로 20% 인하한다. 단, 해지 후 재가입비 면제제도는 폐지된다.

다음으로는 이동통신사들이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장기가입자의 요금을 인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SKT는 장기이용자(가입 후 2년 이상 경과) 중 이용요금이 2만9000원 이상이고 1∼2년 약정을 체결한 이에 대해 월 3000원∼2만250원 요금을 인하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2년 이상 장기가입자가 재약정(1년)을 하는 경우 요금을 할인해준다. 3∼4만원 사용 시 최대 1만원을 인하하고 4만원초과 금액에 대해 10% 추가로 인하한다.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시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는 요금 할인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LGT는 일정기간(18∼24개월)을 약정한 가입자에 대해 기본료 등 요금을 인하해준다. 이용 수준(월 3만5000원∼월 9만9000원)에 따라 월 5000원∼2만5000원 할인이다.

무선데이터 요금도 부분 인하된다. SKT는 일반폰, 스마트폰, 넷북 등 모든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를 통해 무료데이터량을 1.5배 확대하고 월정액료를 19% 인하하기로 했다. WCDMA 정액제 가입만으로 기본 제공되는 무료데이터 한도 안에서 와이브로(WiBro)도 이용이 가능하다.

KT는 스마트폰에 대한 종량요율을 2.01원→0.25원으로 88%인하하고 정액제의 경우 용량을 2.5배 늘린다. 일반폰의 무료데이터 통화량도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한다. 넷북·PMP 등 데이터 전용 단말을 2회선 이상 이용할 경우 2회선부터는 가입비와 기본료도 면제해 준다는 계획이다. LGT는 스마트폰 정액요금을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낮추고, 시각장애자 전용 휴대폰 2000대를 무료로 지급하고 정보이용료 및 통화료도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노년층 등 이용량이 적은 이용자를 위해 가입비, 기본료가 없는 선불요금의 요율을 내리기로 했다. SKT 62원→48원(23%), KT 58원→49원(15.5%), LGT 65원→49원(25%) 등이다. 또한 초다량 이용자와 청소년들의 요금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SKT는 월 11만원에 음성통화 1만5000분을 제공하고, KT는 기본료 9만7000원에 망내통화 무료제공이다.

청소년 요금제 역시 SKT는 월정액료만 내면 음성·문자·무선데이터를 통합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청소년 요금제 요율을 15원→10원으로 33% 인하, 문자는 550건→825건으로 33% 증대, 초등학생 가입 시 기본료 10% 인하 방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KT, LGT의 발신자번호표시 요금도 완전 무료화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유선부분 및 결합상품 요금도 인하된다. KT는 유무선 통합(Fixed-Mobile Convergence: FMC) 단말기로 집이나 와이파이(WiFi)존에서 이동전화, 일반전화로 발신 시 인터넷 전화 요금을 부과한다. 시외요금도 전국 단일요금으로 통합, 시내요금과 동일한 수준인 261원→39원/3분으로 적용한다. 이 밖에 이동통신사들은 다양한 결합상품도 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SKT의 과금체계 변경 외에 가입비 인하 등 다른 방안이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기준 이동통신 3사 전체 가입자 수가 47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가입자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140만 명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아 신규가입에 한계가 왔다는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도 일종의 '조삼모사'로 꼽힌다.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장 보조금을 많이 지출하는 것 보다 몇 년간 요금을 덜 받는 것이 영업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유선전화 요금 인하 역시 유선전화가 가계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에 거론된 기본료 인하 역시 약정이나 단말기 보조금과 연관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와 인수자 시절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했으며, 최 위원장은 올 하반기 들어 "대통령 공약을 지키겠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여러 차례 토론회가 열렸으나 사업자들은 정부의 각종 투자요구 등으로 요금 인하에 난감해 했으며, 소비자단체는 방통위의 의지 부족을 지적해 왔다. 반면 국회 일각과 관련업계에서는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방통위는 "요금은 시장 자율적으로 인하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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