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광주여고 3학년 재학 중인 <촛불소녀> 정소희 학생이 옛 전남도청 원형보존을 위해 학생들과 ‘국민서명운동’과 ‘원형보존선언 서명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보낸 글이다.

정양의 장래희망은 ‘공연기획가’.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자극하며 유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공연기획가가 되고 싶다”며 촛불소녀다운 공동체 삶을 지향했다. 이어 정양은 “이명박 정권의 실상과 바라는 점은 너무 많아서 오늘 쓰다가 지칠 거 같아서 다음으로 미룬다”며 두 번째 글을 살며시 약속했다.


▲ 정소희 광주여고 3년.
충장로 거리로 들어서면 큰 현수막 하나가 걸려있습니다. 옛 전남도청의 철거를 찬성하는 상가 주민들의 철거 촉구 현수막.

이 현수막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의 피의 대가로 세운 민주화의 상징을 무너뜨리려 하는구나. 그렇지만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뤄진 경제발전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

이런 의문 속에 좀 더 깊이 알아보게 되었고,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명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험생 이라는 타이틀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수험생이라는 이름을 걸면 운행하려던 비행기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과열화된 입시 속에 우린 세상과의 모든 소통은 단절한 채 짧게는 고3, 많게는 유치원시절부터 학업에 바쳐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 학업과는 관련이 없는 서명운동을 벌이자 가족들조차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저 자신이 드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구 도청 철거에 대해 또 구 도청에 대해 기본적인 부분조차도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서 오는 좌절감과 실망감은 더욱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옛 전남도청의 별관이 어디인지 심지어 옛 전남도청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에서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리는 광주의 현실은 이런 것 이었나 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친구들의 관심과 독려, 공감은 충분히 자극제가 되었고 끝까지 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운동을 제안했던 그리고 같이했던 친구의 곧은 의지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역사의식과 시민의식 없는 경제발전은 허공위의 다리 없는 새와 같습니다'. 새는 계속 땅에 내려오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 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지쳐 추락하겠지요. 지금 광주는 이 다리 없는 새와 같아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저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귀중한 목숨을 바쳐 피로써 지켜낸 도청을 철거한다면 광주도 머지않아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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