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도록 공전하고 있는 도청별관의 철거문제로 광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5.18관계자들이 처음 도청 앞 농성을 시작할 때는 다소 비아냥과 진정성을 의심받은 것은 사실이다.

문화의 전당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느니,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소외된 광주에 문화의 전당이 설립되면 경제적가치가 얼마인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공사에 차질을 빚게 하는지 모르겠다느니, 또는 그 동안 수많은 공청회 과정에서 입다물고 있다가 이제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며 문제제기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느니 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견해들이었다.

나는 5.18관계자도 아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건설에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더군다나 지금은 광주에 살고 있지 않는 화순사람일 뿐이다. 물론 5.18 당시에는 광주에 살았고 당시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덕분에 대학재학시절 송두리째 학과공부와 담쌓고 소위 말하는 데모(?)에 열심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며칠 후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도청별관 철거와 관련한 공식적입장이 발표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도청별관 철거와 관련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되었고 유인촌 장관의 생각들도 어느 정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하고 기대하는 측면도 있었다.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어제오후 인터넷을 통해 도청별관을 철거하는데 찬성한다는 지역 내 대학교수들의 성명을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떤 정신빠진 교수들인가 하여 열심히 이곳저곳을 뒤져 서명한 교수들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이 존경하던 교수들도 들어가 있고 평소 싫어하던 교수들도 들어가 있었다. 꼼꼼히 살펴보니 정부의 주요정책과 관련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셨던 교수들도 있고 소신(?)껏 참여했구나 짐작가는 교수들도 보였다.

문제는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교수들의 정치행위가 '점잖은 **치'로 보인다는 점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소시민인 나에게 돌아오는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만, 나의 생각이 거기까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의 시대를 나는 ‘인문학의 부재’시대라고 가끔씩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인문학이 강의실에 갖혀 세상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며, 시민들의 정치와 도덕, 윤리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 지난 대선 때 아닌가. 도덕과 윤리에 흠이 있건 말건 경제만 살리면 되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라고 국민들이 판단한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모교수님께 인문학교수님들이 게으른 탓에 이런 대선결과가 나왔다고 투정부렸더니 그냥 멋쩍게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대학교수님들의 정치행위에 대해 가타부타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도철 별관과 관련한 최종결론을 목적에 두고,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찬반의 견해와 시민의 입장까지도 정부에 전달 된 시점에서 집단성명이 나온 의도를 나는 의심하고 싶다.

의심병 많은 나로서는 혹여 문화부 추진단의 비선을 통해 무언의 압력은 없었는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용역사업을 수주하기위한 자발적 행동이었는지 의심해 보는 것이다. 나의 이 논리는 처음 철거반대 농성에대한 음해적 발언을 감내했던 당사자들의 입장에 위로의 측면도 없지 않다.

논리적 비약일 수 있겠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이 갖는 경제적 가치와 광주의 위상을 이야기하는 주장이 일제36년 식민통치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논리와 달리 보이지 않는다. 인문학의 부재가 낳은 또 하나의 참상으로 기록되는 성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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