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감표명에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와 차이…최대한 예의갖출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방송이 지나치게 일상적이고 평범하다는 민주당의 항의에 대해 방송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과정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다만 쇼·코미디·가요 프로그램은 편성에서 제외했으며 영결식이 거행되는 23일엔 다각도의 편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세계적인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지도자께 서거하신 점을 감안 한다면, 현재 방송사의 보도 행태는 일상적이고 평범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평이하며, 오락프로그램과 쇼 프로그램 등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의 일상적인 프로그램이 그대로 방송되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고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DJ 서거 방송 너무 평범' 민주당 유감에 방송사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차이 있어"

▲ 지난 19일 MBC 편성표.

▲ 지난 19일 SBS 편성표.
우 대변인은 "(장례방식도) 국장으로 결정됐지만 오히려 방송보도 패턴이 평범해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장으로 정해진 것에 맞춰 방송사의 보도 형태도 부응해야 한다는 것을 정중하게 항의하고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방송3사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인 지난 18일 일부 특별편성을, 19일엔 정규편성 형태를 유지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KBS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18일 오후 1시53분부터 1시간 가량, 3시58분부터 1시간10분 가량 뉴스특보를 내보냈고, 이날 <뉴스9>는 평소보다 15분 정도를 늘려 방송했다. 이후 밤 10시14분부터는 <인동초의 삶과 꿈>이라는 보도특집 다큐를 35분 동안 방송했다.

MBC는 KBS보다 약간 빠른 오후 1시47분부터 1시간20분 간 뉴스특보를 방송했고, <뉴스데스크>는 평소보다 10분 가까이 늘려 보도했다. 밤 11시25분부터는 52분 동안 <TV김대중평전>이라는 보도특집 다큐를 방영했다.

방송3사 서거 당일 특보·특집프로 3시간 가까이 방송, 19일부턴 정규편성

SBS는 오후 1시49분부터 1시간20분 가량 뉴스속보를 내보냈고, <8뉴스>도 20분 가까이 늘려 방송했다. 밤 11시14분부터 56분간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이라는 특집 다큐를 방영했다.

하지만 방송 3사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인 20일엔 별도의 특보나 프로그램 없이 방송했고, MBC는 <미니시리즈 혼>과 <황금어장>을, SBS는 <한밤의 TV연예> 드라마스페셜 <태양을 삼켜라>와 같은 드라마와 오락프로를 예정대로 내보냈다.

▲ 지난 18일 방송된 KBS <뉴스9>.
뉴스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행보에 대해 일부 미온적으로 보도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8일 방송3사의 메인뉴스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은 KBS와 MBC가 각각 19건 씩, SBS가 23건씩을 쏟아냈지만, 다음날엔 KBS 14건, SBS 11건, MBC 10건으로 줄었으며 톱블럭(뉴스묶음)도 나로호 발사중지 소식이었다.

KBS 서거당일 <뉴스라인>에선 DJ소식 톱뉴스에서 빠져

KBS는 지난 18일 <뉴스9> 방송 이후 내보낸 <뉴스라인>에서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일임에도 그 다음날 있을 나로호 발사 소식을 톱뉴스로 내보내기도 했다.
▲ 지난 18일 방송된 SBS <8뉴스>.
▲ 지난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보인 행보에 대해 KBS가 보도한 내용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발표한 방송모니터보고서를 통해 18일 KBS <뉴스9>에서 보도한 '퇴임 뒤에도 활발한 활동' 리포트를 들어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전했는데, '햇볕정책'과 '남북문제'가 주를 이뤘다"며 "김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엔 대통합을 역설했고, 지난해 총선에선 민주당의 공천 결과를 비판하는 등 국내 정치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보도한 뒤,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강조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김 전 대통령이 야당에도 충고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판했다면서 초점을 흐린 것"이라며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역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그런 언급은 쏙 빠졌다. 사실상 그의 유언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적 내용을 빼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 "KBS, 'DJ의 이명박정부 민주주의 역행' 비판은 빼버려"

SBS도 당일 <8뉴스> '퇴임 후 원로 역할'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MBC는 <뉴스데스크> '"민주주의 지켜달라"'라는 리포트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을 역설했던 6.15 9주년 기념연설 장면을 보여주면서 "유언을 듣는 것 같다"고 한 측근들의 발언을 언급했고, "대통령의 자리를 마치고 또 후계자에게 그 자리를 넘긴 이후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추구해 온 가치에 매달린 것"이라고 전해 두 방송사와는 차이를 보였다고 민언련은 평가했다.

한편, 방송사 관계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방송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문 MBC TV편성부장은 "방송사들이 김 전 대통령 서거를 마치 대사건이라도 난 것처럼 소란스럽게 하는 것 보다 국민의식이 성숙한 만큼 일상속에서 방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보도국에서 제작한 특보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는) 충분히 소화했고, 국장 기간 동안엔 코미디·가무(쇼·가요) 프로그램 대신 다큐프로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MBC 편성부장 "DJ 서거 대사건처럼 소란하게 하기 보단 일상속 방송이 낫다 판단"

박 부장은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죽음 맞이한 분에게 일상속에서 정상적인 추모의 예를 하는 게 방송의 기본 기조"라고 했다.

박 부장은 "장례식 당일날엔 다각도 편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침 뉴스부터 보도특집 프로그램(<TV김대중평전>) 재방송, 뉴스데스크 시간 확대 등을 통해 추모의 예를 갖추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민주당의 논평에 대해선 "아직 보진 못했지만 체크해볼 것"이라고 답한 뒤, 보도국이나 제작국(시사교양국 등)에서 특별편성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말했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오는 토요일 일요일 편성은 다 바꿨지만 평일 편성은 바꾸기가 많이 어렵다. 준비된 프로그램이 없어 대체할 게 없기 때문"이라며 "쇼프로를 뺐고, <일요스페셜>도 김대중 전 대통령 특집으로 했다"고 밝혔다.

KBS 노조 공방실장 "쇼프로 배제…주말 편성 바꿔"

최 실장은 "상주입장 공감은 하지만 원하는 대로 다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뒤 서거 첫날 <뉴스라인>에서 DJ 서거를 톱뉴스블럭에서 빠진 데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예능프로 몇개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렸고, 내일하고 모레엔 몇 개 프로그램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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