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빈 말이 아니었다. 보수 인사 다수로 구성된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첫 이사회는 김우룡 이사를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그간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에서 제기했던 김우룡 이사장 사전 내정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이사 사전 내정 의혹을 폭로하면서 증폭된 김우룡 이사장 내정설이 눈앞의 현실로 되면서 MBC를 주시하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방통위는 청와대의 직할 기구와 같은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 내정설의 현실화는 향후 MBC가 거센 정치적 풍랑에 휩싸일 가능성을 예고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언론정책은 명백히 민주주의와 언론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날 방문진 이사장 선정까지는 청와대의 뜻이 관철된 것이겠으나 앞으로는 민주세력의 거센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방문진 이사장이 된 김우룡씨는 MBC의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것은 물론 언론악법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기구의 장을 맡아 여론 조사조차 거부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한나라당의 언론 정책을 맹종한 것이다. 그는 학자적 전문성이나 윤리 의식이 문제 투성이여서 방문진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다.
방문진 첫 이사회가 열린 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강력히 저항한 시위를 벌인 것을 청와대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MBC본부 조합원 50여명은 문제의 새 이사들에 대해 격렬히 규탄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앞으로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을 다짐했다. 언론노동자들의 언론 민주화 요구는 날이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다. 이날 이사회장 앞에는 영등포경찰서에서 나온 2개 중대 규모의 경찰이 MBC 조합원들을 저지했다. 방문진 역대 회의에서 경찰력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가 발족이후 공영방송으로 기여를 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황우석 사태 등에서처럼 탐사보도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면서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이와 같은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라면 민주화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을 지키고 북돋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충만해야 한다. 그러나 정반대로 일부 보수적 인사들이 MBC를 대자본의 손아귀에 쥐어주거나 수구적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키겠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현 정권은 민주화, 인권을 후퇴시키면서 방송을 초토화시키는 폭거를 자행했다. 시민사회의 이에 대한 항거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나 청와대는 언론 유린의 삽질을 멈추지 않는다. 청와대는 감사원, 검찰 등을 동원해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KBS 사장을 강제로 퇴진 시켰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에 대한 책임이 MBC에 있다고 당·정·청이 한통속이 되어 공세를 퍼부었다. YTN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YTN 노조원 다수를 해고시켜 길거리로 내쫓았다.

선진화를 부르짖는 정권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해괴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행위는 역겹기 그지없다. 현 정권은 현행법을 짓밟고,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언론 보도 탓으로 돌리는 낯뜨거운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이번에 MBC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일부 인사들은 청와대편이 되어 반 언론적 언행에 앞장섰다. 방문진 이사 자리를 놓고 추악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문제의 이사들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언론악법이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 속에 날치기 불법 처리되었지만 헌법재판소에 그 불법성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상황은 청와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 피로써 쟁취된 민주화는 쉽사리 망가지지 않는다. 청와대는 독재정권처럼 언론을 농단할 유혹을 시궁창에 버려야 한다. 이 나라 시민사회의 민주적 눈높이가 선진화 된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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