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발언에 19개 지역MBC 노조 공개편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 이사장이 "지역MBC를 연차적으로 4∼5개씩 몇 년에 걸쳐 매각하면 MBC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 "신뢰의 위기를 맡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MBC 내부가 "지역MBC를 호구로 보느냐" "방문진 이사장으로 할 얘기인가"라며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산하 강릉·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전주 등 19개 지역MBC지부는 14일 공동 명의로 '김우룡 이사장에게 띄우는 공개편지'를 발표했다.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라는 제목의 이 공개편지에서 지역MBC지부는 김 이사장의 전날 기자간담회 발언을 두고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소신'을 보면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아닌 듯 보인다"며 "19개 지역MBC를 마치 '서울MBC가 소유한 땅, 건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PD수첩 재판 성격이라도 알고 그런 얘기하나"

지역MBC지부는 "매우 유감"이라며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새 이사장'으로 보임한지 나흘된 분의 입에서 '지역MBC 매각'이라는 말이 공식석상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여기느냐. 이것은 분명히 '서울MBC만 MBC이고, 지역MBC는 그저 서울MBC가 소유한 동산이나 부동산으로 여기는 사고(思考)'를 드러내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지난달 24일 낮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남문 광장에서 열린 언론악법 저지 총파업 나흘째 집회를 개최했던 장면. ⓒ미디어오늘 제공
지역MBC지부는 "이런 사고를 하는 분이 방문진 이사장이라니, 지역MBC 구성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며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는 분이 어찌 이렇게 무지(無知)하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지역MBC지부는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는 이사장은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본 적이 있느냐 △부산MBC 기자로 부산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적이 있느냐 △광주MBC PD로서 광주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본 적 있느냐 △제주MBC CA로서 제주의 비경을 담아본 적 있느냐 △대전MBC 아나운서로서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소식을 라디오로 전해본 적이 있느냐 △춘천MBC 엔지니어로서 두메산골마을에 MBC 전파를 전하기 위해 땀흘려 장비를 설치해 본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역MBC지부는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민'으로 살면서 '그 지역MBC'의 역할에 대해 몸소 진지하게 체험해 본 적이라도 있느냐"고 재차 질의했다.

지역MBC지부 "지역MBC를 호구로 보나…구성원을 물건으로·지역민을 무생물로 취급"

지역MBC지부는 "서울에서 길을 걷다 MBC의 위치를 물으면 여의도 MBC를 알려주고, 대구에서 물으면 범어동 대구MBC를, 강릉에서 물으면 포남동 강릉MBC를 알려준다"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MBC'는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우리 방송사'이다. 미우나 고우나 친구같고 이웃같은 방송사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MBC의 자산'이고 'MBC의 힘'이다. 'MBC의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는 이렇듯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근본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지역MBC지부는 김 이사장에 대해 "지역MBC를 호구로 봐선 안된다"며 "동산이나 부동산 따위로 여기면 안된다. '방송'을 공적영역이 아닌 사적영역으로 분류하고, 경제논리의 시각으로 분석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역MBC 매각'이라는 표현은 전국 MBC 구성원의 절반인 지역MBC 구성원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전국민의 절반인 비수도권 거주 국민들을 '무생물' 취급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역MBC지부는 "김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스스로 무덕(無德) 부덕(不德)을 드러냄으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고 했다.

MBC 신뢰 위기의 예로, <PD수첩> 방송이 잇단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지목한 김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장형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편성·제작부문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PD)는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을 벗어난 발언"이라며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의 성격과 배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얘기할수도, 얘기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모르고 말했다면 MBC 대주주의 수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룡 "신뢰위기·지역MBC 매각" 발언에 MBC노조 반발

장 PD는 "1년도 더 지난 것을 갖고 정권에서 두고두고 흠집내려는 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송에 대해 방문진 이사장이 이런 울궈먹기식 주장에 덩달아 춤을 추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MBC본부 산하 19개 지역MBC지부가 발표한 공개편지 전문이다.

[김우룡 이사장에게 띄우는 공개편지]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
- 김우룡 이사장에게 띄우는 공개편지 -

어느 조직의 보직국부장이나 사장도 보임되면 먼저 구성원들에게 잘해보자 악수부터 합니다. 설령 자신의 보임을 반기지 않는 구성원이 있다 해도 장(長)은 그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그것이 조직체계상 장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이겠지요. 그런 최소한의 덕 조차 없다면 그는 '장'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김우룡님께서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보임 되셨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대주주입니다. 그리고 'MBC'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를 갖추고 전국민에게 무료 방송을 공급하는 지상파 공영방송사'입니다. 요컨대 김우룡 이사장께서는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되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사장께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소신'을 보면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아닌 듯 보입니다. 19개 지역MBC를 마치 '서울MBC가 소유한 땅, 건물'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어제(13일) 기자들 앞에서 "연차적으로 지역 계열사를 4∼5개씩 몇 년에 걸쳐 매각하면 MBC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히셨지요.

매우 유감입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새 이사장'으로 보임한지 나흘된 분의 입에서 '지역MBC 매각'이라는 말이 공식석상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여기십니까? 이것은 분명히 '서울MBC만 MBC이고, 지역MBC는 그저 서울MBC가 소유한 동산이나 부동산으로 여기는 사고(思考)'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렇지요?

이런 사고를 하시는 분이 방문진 이사장이라니, 지역MBC 구성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시는 분이 어찌 이렇게 무지(無知)하시단 말입니까?

이사장께 질의합니다.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시는 이사장께서는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보신 적 있습니까? 부산MBC의 기자로서 부산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신적 있으십니까? 광주MBC의 PD로서 광주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제주MBC의 CA로서 제주의 비경을 담아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전MBC의 아나운서로서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소식을 라디오로 전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춘천MBC의 엔지니어로서 두메산골마을에 MBC 전파를 전하기 위해 땀흘려 장비를 설치해 보신적 있으십니까?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민'으로 살면서 '그 지역MBC'의 역할에 대해 몸소 진지하게 체험해 보신적이라도 있으십니까?

서울에서 길을 걷다 MBC의 위치를 물으면 여의도 MBC를 알려줍니다. 대구에서 물으면 범어동 대구MBC를 알려주지요. 강릉에서 물으면 포남동 강릉MBC를 알려줍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MBC'는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우리 방송사'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친구같고 이웃같은 방송사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MBC의 자산'이고 'MBC의 힘'입니다. 'MBC의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는 이렇듯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근본 에너지'입니다.

김우룡 이사장님께 간언합니다.
지역MBC를 호구로 보아선 안됩니다. 지역MBC를 동산이나 부동산 따위로 여겨시면 아니됩니다. '방송'을 공적영역이 아닌 사적영역으로 분류하고, 경제논리의 시각으로 분석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 방문진의 이사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역MBC 매각'이라는 표현은 전국 MBC 구성원의 절반인 지역MBC 구성원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전국민의 절반인 비수도권 거주 국민들을 '무생물' 취급하는 것입니다.

"김우룡 이사장께서 물건 취급하는 전국 19개 지역MBC"의 노동조합원들이 부디 청컨대 김우룡 이사장께서는 취임하자마자 스스로 무덕(無德) 부덕(不德)을 드러냄으로 화를 자초하지 말아 주십시오.

2009년 8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19개 지부
강릉지부, 광주지부, 대구지부, 대전지부, 마산지부, 목포지부, 부산지부, 삼척지부, 안동지부, 여수지부, 울산지부, 원주지부, 전주지부, 제주지부, 진주지부, 청주지부, 춘천지부, 충주지부, 포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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