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메신저' 역할 주목.. 김정일 위원장 면담할 듯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2시 경의선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즈음해 열린 뉴욕필하모닉 평양 공연 이후 현 회장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며, 육로를 통한 평양행 역시 이례적이다.

그간 발생한 남북간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평양을 방문하는 현 회장이 남북간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일각에서는 '비공식 특사'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현 회장의 방북에 대해 "사업자 차원의 방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 회장과 사전에 협의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현대측이 밝힌 이번 방북목적은 "당면 현안 문제 협의"다. 남북간 당면 현안 중 '금강산 관광 중단 문제', '개성공단 운영 문제',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 문제' 등은 현대가 사업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번 방북기간 동안 이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면담 여부 주목... 남북간 메시지 주고받을까?

전문가들은 평양을 방문하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현 회장의 평양 방문에 대해 북한이 금강산에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4일 금강산에서 현대측에서 방북을 제안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북측에서 먼저 여러 경로를 통해 현 회장의 방북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만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측 정부도 현 회장의 평양 방북을 승인하면서 남북간 현 회장을 통한 메시지 교환의 가능성을 닫지 않았고, 억류자 '유씨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도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6차례 평양 방문 중 3차례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번에도 현대측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김 위원장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으로 현 회장이 갈 때, 이를 앞두고 북측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과 현대가(家) 사이의 각별한 이야기를 전달해 오기도 했다"고 전하면서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씨 문제' 해법을 매개로 '금강산 관광'까지 논의될 듯

지난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두 여기자가 석방되면서,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134일째 억류되어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 '유씨 문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유씨 문제'는 미국 여기자 문제와 다르게,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보다는 '추방' 형태로 풀릴 가능성이 크다.

홍익표 전문연구원은 "여기자의 경우 최고 지도자의 결정으로 사면이 이뤄질 조건이 만들어진 상태지만 유씨의 경우는 사전 프로세스가 없다"면서 "북쪽에서 억류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남측 정부의 공식적인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방북을 마치고 개성을 거쳐 내려올 때 추방형식으로 석방된 유씨를 데려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유씨 본인과 남측 정부의 '시인'과 '사과' 절차 없이는 문제 해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북측과 현대가 '당면 현안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 만큼 '유씨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유씨 문제를 매개로 하더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포인트는 거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유씨 문제 해결을 전제로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 남북이 서로 의지를 교환하고 포괄적으로 푸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변화 모멘템... "바로 풀리지는 않을 것"

하지만 현 회장의 평양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악화된 국면이 당장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이 아직은 많은 편이다.

김 교수도 "남북관계가 바로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클린턴 방문 때 남북관계를 이대로 두고 북.미관계를 풀기 어렵다는 입장이 북측에 전달됐을 수 있다"며 북한도 북.미관계를 푸는 범위 내에서 남북관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도 8.15 경축사에 담을 메시지로 '대북 녹색에너지 지원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북정책 전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북측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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