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호 광주지방노동청장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진정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엄청난 위기상황을 겪은 많은 기업들은 경제여건이 나아진 상황에서도 해고의 용이성, 비용절감 차원에서 과거 정규직이 떠난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메웠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2004년에는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1,458만명)의 37.0%인 539만명에 이르게 되어 정점에 이르게 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심해지는 등 차별과 남용이 사회문제화 되었고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법은 이 같은 차별과 남용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시도라고 할 것이며, 몇 년간 노사정의 첨예한 대립과 진통 속에서 충분한 논의를 걸쳐 노사정 합의를 통해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비정규직의 차별해소와 남용 방지라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법제정의 의미와 본래의 취지가 고용불안 확산으로 퇴색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면,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었고 기업 스스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차별개선제도는 점차 정착되고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고용기간 제한 2년 규정은 당초 목적이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이라는 단기간의 고용상한 설정은 비정규직 근로자와사용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었다. 지급능력이 충분한 일부 대기업(은행,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이 집중되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으로 2년 후 기존의 비정규직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2년 기간은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 직무 또는 업무 숙련도를 높여 경력관리가 가능한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도 불리하다.

현재, 비정규직법의 시행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비정규직이 기업 인력조정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광주지역의 경우 100인 이상 사업장 151개소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09.7.1.자로 고용기간 2년 초과 비정규직 892명(기간제 885명, 파견근로자 7명)중 정규직으로 전환 예정자 수는 170명으로 19.1%에 그치고 나머지 722명(80.9%)은 계약해지 될 전망이다.

‘09.7.1.이후 계속해서 고용기간이 2년이 초과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발생하게 되므로 현재의 추세대로 비정규직이 계약 해지될 경우 비정규직의 고용유지는 더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법상의 고용기간 연장(2년→4년)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당사자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 실직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고 비정규직이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지나친 예단이다. 현행 비정규직법하에서 기간제근로자를 내보내겠다고 응답한 기업 중 제도적으로 기간을 연장하면 계속 고용하겠다는 기업이 60%에 이르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고용기한을 연장하면 현재의 일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고 업무 경험과 숙련도를 높여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또한 고용기간이 연장되어도 이전과 달리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되어 불합리한 차별을 할 수 없으며, 고용기간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함에 따라 비정규직이 양산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고용기간 연장과 함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기간 연장과 함께 정규직 전환기업에 대한 재정지원과 적극적 고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 정착, 사회보험 적용 강화 및 능력개발 지원 추진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안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정규직화되는냐 아니면 실직되느냐의 고용불안 상황에 노출된 근로자의 규모가 100 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간 비정규직법 개정 전망이 불투명하여 기업은 의사결정에 혼선을 겪는 상황에서 고용기간에 관한 입법방향이 노동시장에 확실히 전달되어 기업이 한 사람의 비정규직 근로자라도 내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용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는 비정규직 당사자나 국민들이 한시라도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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