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문]

광주시교육청은 2일 자율형사립고 및 사립 외국어고 공모를 마감한 결과 자율형사립고 2곳, 외국어고 2곳이 신청했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신청한 학교를 대상으로 적절성을 심사한 뒤 최종 선정된 학교는 하반기부터 학생을 모집한다고 한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이는 사실상의 평준화 해체와 본격적인 학교서열화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이미 공약을 통해 자사고 설립의 운을 떼었지만 그동안 법안 미비로 주춤거리다가 지난 3월 24일 행정입법인 대통령령으로 관련법을 개정하여 그 추진 의지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자율형사립고의 추진은 귀족학교, 평준화의 해체, 사교육비의 증가, 과도한 경쟁 유발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찬성보다는 반대의견이 훨씬 더 많은 정책이다.

또한 지금 추진중인 자립형 사립고만 보더라도 수많은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거쳤고, 시범 실시를 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평가가 엇갈려 아직 입법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특성상 새로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이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자율형 사립고를 전국에 100개나 설립한다고 하면서 국회 입법을 거치지 않은 것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 여론조사 한 번 거치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자사고나 외고를 신청한 4곳의 학교들도 닮은꼴이다. 교사도 모르게 아예 조용히 신청을 했거나, 일부에게만 형식적인 의견수렴을 거쳤거나, 신청 전날 설문을 하고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신청을 하는 등 학교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학교의 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에게 의견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하는 학교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한 건전사학, 다시 말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학교들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07년 법정부담금 납부 현황을 보면 이번에 자사고를 신청한 학교 중 1곳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할 법정부담금을 겨우 5%(1억 4천만 원 중 6백 50만원 납부)밖에 납부하지 않았고, 다른 한 곳도 30%밖에 납부하지 않은 자격미달의 학교들이다. 또한 외국어고를 신청한 1곳의 학교는 단 2%(1억 9천만 원 중 4백30만원) 밖에 납부하지 않은 믿을 수 없는 양식을 지닌 사학이다.

이러한 현실로 볼 때, 자율형사립고는 교육청 지원금(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리고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별도로 내야 하는 보충수업비 등을 생각한다면 대학생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로 운영되는 민족사관고의 경우 연간학비가 2천만 원에 이르고, 해운대고와 청운고 등 다른 학교도 공식적으로 1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귀족학교, 입시학원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형태의 자율형사립고를 만드는 것은 '귀족학교-천민학교'로의 학교 서열화에 의한 '현대판 학교 신분제도'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자율형사립고는 한 학교만 보면 좋은 학교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학교가 아니며, 좋은 교육정책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는 광주시교육청의 무소신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 MB교육정책의 전파자로 자임하고 나서는 것인가? 우리는 광주시교육청의 안일한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우수한 학력의 아이들을 가려 뽑아 우수한 결과를 얻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우수한 아이들의 관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는 오히려 조기전출을 부추기는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 지방외고가 갖는 한계만 드러낼 뿐이라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이처럼 무사안일한 태도로 20%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충실한 동조자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사고 추진 입장을 철회하고 선정작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 외고를 신청한 학교는 최소한의 의무인 법정부담금도 책임지지 못한 만큼 자숙하는 의미에서 신청을 철회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계층간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고 아이들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등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9년 6월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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