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신나는 율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산들바람
5월22일은 어느새 잊혀져 가는 <반미의 날>이다. 80년 5월22일 미국은 백악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광주학살의 배후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미항공모함이 들어왔다.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왔다고 환호했다가 곧 실망과 좌절과 피의 학살을 겪었다.

시내를 지나는 참에 들려오는 풍물소리에 끌려 그곳으로 가보았다. 금남로3가에 있는 금남로공원이다. 구 한국은행 광주본부 이전부지를 활용해 도심근린공원으로 조성해둔 시민휴식공간이다. <미국반대 이명박심판 한나라당해체 투쟁문화제>라는 손글씨의 현수막이 내걸렸고 그 앞 광장에서는 풍물패들이 흥에 겨운 풍물굿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랬다. 잊혀져가는 <반미의 날>이다. 5월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해마다 기념행사로 5.18민중항쟁을 기념하는 동안 서서히 미국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었다. 금남로공원에서 그 풍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지난날 수많은 청년학생들이 금남로를 가득 메우며 '미국반대!'을 외쳐던 광장은 사라지고 작은 공원에서 채 100명도 안되는 대부분 학생들로 보이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문화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따금 지긋한 어른들이 호기심에 들여다볼 뿐, 가끔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는 젊은 부모들이 자리에 들었다 갈 뿐 쓸쓸한 현장이었다.

그런데 쓸쓸해보일 것 같은 풍경에도 아랑곳않고 풍물소리는 흥에 겨워 울려퍼졌고, 발언자도 노래와 율동으로 무대에 선 사람들도 개의치 않는 눈빛이었다. 그 몫을 하고 그것으로 묵묵히 이야기하겠다는 뜻이었다. 잊혀져가지만 잊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시도 낭송되었고, 5.18민중항쟁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발언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폭압에 대한 격정적인 발언도 쏟아졌다. 그 가운데 한 발언자는 "5월은 기념관과 기념식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생활이며, 지금의 현실이며, 우리의 삶으로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5.18민중항쟁의 의미를 풀이했다.

지난 5.18민중항쟁 전야제의 그 참담했던 심정을 알기나 했는지 그에 대한 질타의 말이 화살처럼 날아오는 기분이었다. 공연 하나가 통째로 전야제에 내걸렸었다. 시민없이 전에 없이 광주를 찾던 국민들도 정치인도 줄어든 금남로 거리가 공허했다. 그 공허함에 대한 비판이었다. 투쟁문화제 앞에 내걸렸던 '미국 반대' '이명박 심판' '한나라당 해체'라는 구호보다 더 선명하게 가슴에 안겨들었다.

5.18민중항쟁 29주년은 5월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많은 시민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새해을 앞두고 벌어졌던 용산참사로부터 박종태 열사까지, 로케트전기와 대한통운 해고자들의 절규와 호소에 답하지 못하는 5월광주의 모습을 보았다.

5월단체는 갈라져 서로 다툼을 벌이고 옛 전남도청은 철거의 기로에서 원형보존을 외침이 치솟음에도 문광부와 추진단은 모르쇠다. 언론으로부터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와 기념식에 대한 숱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과 국민들을 불러모으지 못하는 5월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5월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아직 5.18민중항쟁은 기념할 때가 아니다. 5월은 이땅 민중들이 살아가는 현장 그 어디서나 싸워나가야 할 5월로 다시금 일떠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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