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여론, 현 정부 들어 5. 18 폄하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제 29주년 5. 18 기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현 정권 들어 5. 18 민주화운동이 폄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날 기념식에는 대통령 기념사도 없었다. 정부 인사를 대표해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의 기념사만 있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금년에 있는 특별한 상황인지 아니면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는 것인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4월 3일 제주도에 대통령과 총리가 왔는데, 금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왔다”며 “역사적 평가에 대해 혹시 현 집권층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분명하게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기념식에 불참한 것이 ‘옛전남도청 철거’를 둘러싸고 5월 단체들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5월 민주유공자유족회 정춘식 사무국장은 “우리는 유족입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와서 축사를 하면 5. 18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누가 스스로 위상을 낮추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것과 총리가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며 “유족들은 대통령이 왜 안 왔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실망하는 유족들도 많다”고 말했다.

참여자치21 오미덕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5. 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인식 수준 자체가 낮은 것 같다”면서 “행사의 위상이나 내용으로 볼 때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 사무처장은 이 대통령의 불참 배경에 대해 “그동안 이 대통령이 기념식에 와서 마찰이 생기고 해서 차라리 가지 말자고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5. 18 묘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5 18 희생자 영정 사진을 뒤로 하고 파안대소하는 모습과 묘지 상석에 발을 올려놓은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비난 여론이 들끓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2008년에는 8000여명에 이르는 경찰력을 동원한 과잉 경호로 일반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돼 비판 여론이 일었었다.

도청 별관 철거 문제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남대학교 대학원생 김형주(32)씨는 “어쨌든 98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명예회복이 시작됐고 국가차원에서 기념식을 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아쉽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을 표방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는데 도청별관 철거 문제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정책들에 대해서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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