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 울산, 장흥, 광주 등에서 기득권세력 타파

무서운 반 이명박 민심이 표출되었다. 선거 2일 전인 27일 여론조사에서조차 박빙을 기록하던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시흥시장 선거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조차 진보진영과 '친박' 무소속에 밀려 영패했다.

무너지는 영호남 패권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진정으로 주목을 받을 지점은 영호남에서 각각 한나라당-민주당의 패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점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여겨져 온 영남권의 두 선거구에서는 각각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와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당선되었다. 경주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주류의 당 장악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수층 안에서조차 반 이명박 민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의 막판 후보단일화가 효과를 발휘해 조승수 후보가 단숨에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같은 결과는 후보단일화 직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가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를 10%p이상 격차로 역전함으로써 이미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전주 덕진의 정동영 후보의 완승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완산갑의 신건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야말로 ‘바람’의 결과. 신건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의 ‘무소속 연대’를 추진해 심각한 조직열세를 딛고 당선을 거머쥐었다. 신 후보의 당선은 경북 경주의 결과처럼 민주당 주류의 능력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대체세력에 대한 갈망이 표현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회의원 재보선과 함께 치러진 영호남의 지방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이런 특성은 더욱 분명해 진다. 전남 장흥에서 출마한 민주노동당 정우태 후보는 민주당 김성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10%p 차이로 물리쳤다.

영호남의 패권 세력이 한편에서는 ‘자중지란’을, 한편에서는 진보진영의 강력한 도전 앞에 선 것이다.

수도권 민심의 ‘전략적’ 선택

그러나 수도권 선거에서는 반MB 민심이 민주당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였다.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시흥시장 선거는 2일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조차 박빙의 양상을 보였다. 저조한 투표율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한나라당의 승리를 예견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러나 민심은 여지없이 한나라당을 낭떠러지로 밀어붙였다. 부평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5%내외의 득표를, 시흥시장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은 시민후보가 10%에 육박하는 득표를 보였음에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명백한 반 이명박-반 한나라당으로 기운 민심은 수도권에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통해 민주당을 당선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수도권에서는 반 이명박 민심의 중심에 섰지만, 호남 텃밭에서 대패함으로써 향후의 정국 주도력에 일정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 영호남에서의 신흥 세력으로 등장하는 데 성공한 진보진영 역시 수도권에서는 자신의 힘을 충분히 증명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10월 재보선에서는 서울 은평을, 서울 금천, 수원 장안, 안산 상록 등 최소한 수도권 4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만큼 향후 ‘반 이명박 전선’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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