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의 미디어창]국민을 모독하는 최근 두 사건

권력주변을 서성거리거나 권력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어법이나 행동은 종종 일반 시민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착각하거나 자기편의적인 해석과 언행으로 자신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한다. ‘정치인은 언어를 강간한다’라는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들의 부패,비리 드라마가 검찰의 중계방송으로 연일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른 국가주요 정책이나 사건은 대부분 무시되거나 잊혀진 가운데 봉하마을이 2주 넘게 국가주요 아젠다 첫머리에 올라있다.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의 부패 비리를 접한 국민의 심란하고 낭패스런 심사에 불을 지른 사람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2009년 4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사건을 ‘생계형 범죄’라며 노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조 교수가 한 라디오 방송사에 출연해서 한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각각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언론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도를 하는데,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권력을 동원한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엄연히 가족이라 하더라도 독립된 인격체이며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가족의 일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참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일을 했겠느냐. 나도 정말 안타까운 마음”(동아일보 4월 24일자 인용,편집).

조 전 수석이 이런 보도가 나간 뒤 ‘특별히 정정요청을 하거나 오해였다’는 주장이 나오지않은 것으로 봐서 정확한 인용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 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마당에 이 정도 옹호도 할 수 없느냐는 항변은 ‘자기네끼리’ 모여 있을 때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 의식과 말이 ‘바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방송사에 출연하여 공공연하게 주장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조 전수석은 자주 ‘상식에 어긋나는 일’ ‘몰상식한 일’이라는 식으로 상식을 거론하는데 ‘상식’마저 강간하는 것이 아닌가.

우선 대통령이 무슨 앵벌이도 아니고 대통령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사건에 대해 ‘생계형 범죄’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도대체 ‘생계형 범죄’의 정의를 무엇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길거리 시민들의 상식을 물어보라. 재임기간 공직자중 최고액의 봉급과 대우를 받고 퇴임 후에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규정한 법에 따라 국민세금으로 봉급과 별도로 비서와 경호 등이 딸린 호사스런 예우를 받고 있는 것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참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일을 했겠느냐”는 부분도 시민의 울화통을 뒤집어놓는다. 이런 말은 자신의 일기장에 적어놓을 수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방송에서 떠들어댄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노 전대통령에 대해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근거는 무엇인가. 주변 정황상 법적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역시 아직은 모른다. 검찰의 수사중인 상황에서 ‘법적 책임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억지다. 법적 판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은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데 억장이 무너진다. 더 기분나쁜 사건도 있었다.

교장, 교감의 인사권을 가진 현역교육감이 자신의 아들 결혼식을 맞아 관내 460여 개 초중고와 유관기관에 수천장의 청첩장을 뿌린 사건이다. 청첩장을 뿌린 이유가 기가 막힌다. “청첩장을 누구에겐 돌리고 누구는 뺄 수 없어 전체 교장·교감에게 일괄적으로 우송했고, (직원 동원에 대해선) 희망자에 한해 결혼식에 나와 돕도록 했다”고 해명했다.(한겨레신문 4월25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나근형 교육감은 4월 26일 오후 인천 답동성당에서 큰아들 결혼식을 맞아 최근 시교육청 산하에 있는 460여 개 초·중·고교 교장과 교감 전원, 교육과학연구원 등 산하 15개 기관장 등 간부 전원에게 청첩장을 배포했다. 본청과 5개 지역 교육청 5급 이상 교육공무원 170여 명과 지역내 각계 인사, 학원연합회 등 유관 단체 등에도 무더기 배포했다고 한다. 여기다 하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본청 총무과 직원 42명 전원을 결혼식장에 보내 안내와 축의금 접수 등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교육감은 2007년 9월 둘째 아들 결혼식 때도 청첩장을 무더기로 뿌려 논란을 산 바 있다. 나 교육감은 2001년 이래 인천시교육감에 재임해왔고 오는 7월15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내년 5월 치를 인천시 첫 직선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나 교육감 같이 공사 구분 제대로 못하는 교육수장 밑에서 일선 교장, 교감들이 학교 행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청첩장을 누구에게는 돌리고 누구에게는 돌리지 않을 수 없어 관내 전학교에 뿌렸다’는 해명을 들어보라. 만약 이런 논리라면 나 교육감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민을 상대로 청첩장을 돌리지 않겠는가.

경제가 어렵고 학교마다 잔무도 많다는데 교육감이란 사람은 여기저기 청첩장 돌리는데 앞장 서고 자기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는 구시대적 작태가 버젓이 일어나는데 앞장 서고 있다. 반복되는 이런 구태의 중심에 선 나 교육감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비교육적인 일을 버젓이 하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와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량미달의 교육감이 설쳐도 견제가 없는 곳, 시의원들의 저질, 폭력행사가 예사로 일어나는 곳, 국회의원의 부패비리가 끊이지 않아 사법처리 당하지만 또 다시 그런 인사가 뽑히는 곳. 지겹고 부끄럽지않는가. 시민, 국민 노릇 하기도 쉽지않다.

교육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갖고 있지만 정치권에 몸담은 정치인들. 일상의 대화법을 잃어버리고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언행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사람들. 이들에게 버나드 쇼의 말을 다시 한번 선사한다.

“어중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직책을 자랑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직책이 거추장스럽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 직책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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