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일상에서 발견한 삶, 사람

▲ ⓒ김보수. 롯데화랑 제공.

광주롯데화랑에서 4월 특별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진작가 초대전의 그 두 번째로 김보수 작가의 사진전을 마련하였다.

김보수 작가는 1970년 해남출생으로 1989년 처음 사진을 접했다. 대학시절의 학생운동 내지는 그 간의 사회단체활동에서 역사적 부조리나 현실을 사진작업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고, 그 어조는 다분히 강경했다.

주로 길거리나 노천극장에서 민주항쟁 열사들과 관련한 현장 사건 사진을 선보였고, 단독 발표로는 2005년 북구청 갤러리에서 열렸던 ‘민중민주열사 유가족 사진전’이 전부이다. 이번 롯데화랑에서 갖는 전시는 작가적 성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과도기적 흐름의 발표전이다.

작업의 발단은 작가가 강진의 대안학교에 사진 강의를 나가던 시기 즈음, 고속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업용 장갑에서 시작된다.

어느 해 도로에 떨어진 낡은 목장갑을 보며 순간 감정이 움직였다. 나도 어느 순간 저렇게 버려질까? 목장갑, 작업화, 고무장갑들! 우리 일상에서 손에 끼고, 신고 입는 것들 중에 작고 보잘것없지만 누군가의 삶과 노동을 위해 요긴하게 필요한 것들이다. 보통 이것들은 대량으로 생산되어 싸게 공급되기에 쉽게 쓰이고 쉽게 버려진다. - 작업노트 중 -

평소 같으면 도로에 널브러진 장갑을 밟고 갔을 법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버려진 물건을 피해가며, 작가는 그 대상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였다. 노동의 대가로 버려진 장갑은 한 때 그것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삶의 생생한 흔적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마치 ‘성물(聖物)’을 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한다.

버려진 것들과 한쪽 귀퉁이에 간신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들에도 지녔던 이의 삶과 궤적이 엄연히 남아있다. 쉽게 쓰이고 버리는 것이 어찌 물건뿐이겠는가? 사람도 그러할 진데 버려진 하찮은 것들 속에서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보고 싶었다. - 작업노트 중 -

자주 들르는 공업사에서 얻게 된 버려진 목장갑, 주유소 사람들이 쓰다 버린 기름 떼 묻은 적색 코팅장갑 등이 전시장을 총총히 매우고 있다. 더불어 암실에서 항상 작가를 보조해주는 작업용 고무장갑, 21년 째 자신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작업용 워커 등, 버려진 것 혹은 차마 버리지 못해 계속 앉고 가는 작가의 소소한 흔적들이 타인의 삶과 버무려 있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싶었다 한다. 현장을 직시하고 이를 고발하는 태도를 넘어서 사진이 현실에서 온전히 역할 할 수 있는 가능성과 힘을 미련스러울 정도로 고민해왔다. 단, 변화한 게 있다면 그 시선의 출발점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둔다는 점이다. 자기 안의 진실한 모색을 다시 외부로 발전시키는 고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 답답한 시절에 답답한 사진을 보여드려 죄송스러울 따름이라는 작가의 그 마음이 ‘순화’가 아닌 ‘정화’의 과정이길 바라며,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 롯데화랑 제공. 

■ 전시기간 : 2009. 4. 21(화) ~ 4. 30(목)
■ 장 소 : 광주롯데화랑(광주은행 본점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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