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의 미디어창]"이런 검찰 수사는 처음 봤다”

법원이 2009년 4월20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즉각 "재판부가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항소하겠다고 주장했다. 항소는 검찰의 권리이기 때문에 탓할 수 없으나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은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언론에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를 내세워 전하는 검찰의 입장은 황당하기조차 하다. 한겨레신문(4월20일자)에 따르면, "재판부가 증거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 관계를 오해했고,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배척해 공익을 침해하려는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보는 재판부의 무죄판결은 ‘증거 취사선택을 잘못하고,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객관적 증거를 배척해서 법리 적용을 잘못한데 기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는 못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 법리적용조차 할 수 없는 무능한 법원으로 매도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검찰의 항소에 따른 상급심의 판결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수사방식과 내용, 법원이 적용한 법리와 판결, 언론의 부당한 보도 등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네르바 사건은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과 정치권, 네티즌들에게 경각심과 함께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검찰은 수사로, 법원은 판결로, 언론은 기사로 말한다. 검찰, 법원, 언론은 모두 자체 업무의 고유방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무기/수단을 가지고 있다. 한 사건이 정리되면 검찰과 법원, 언론은 수단의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 보완해야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법이다.

검찰이 한 네티즌에 불과한 미네르바의 인터넷상의 글에 대해 적용한 법 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다. 수십 년째 사문화되다시피한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더구나 재벌이나 사회적 강자 앞에서는 항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던 검찰이 유독 미네르바 같이 주거가 일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긴급체포’ ‘구속수사’로 돌변하는 모습이다. 원칙과 법리적용이 형평성을 잃게 되면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인터넷상에서 경제 등 시사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공신력높은 언론사에 글을 올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고 법적용도 다르다. 미네르바의 글은 사이버상에서 유명세를 타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확대하고 키운 것은 역설적으로 신동아, 동아, 중앙, 조선 등 기성언론사들이다. 특히 신동아의 경우 미네르바를 단독 인터뷰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 사건을 확대했다. 심지어 구속까지 된 미네르바가 가짜라고 주장하며 반복해서 오보를 내보냈다. 신동아의 상업적 목적이든 취재부실이든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미네르바가 언론사도 아닌 가상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퍼뜨리는 등의 해악에 대해서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네르바의 경우, 재판부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은 행동의 동기와 수단, 내용, 경제 상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박씨는 개인들의 환차손을 막으려고 글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시 외환보유고가 실제 감소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미네르바의 글을 보면 특별히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물론 검찰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검사의 국어가 잘못됐는지 정말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법리적으로 검찰은 완패했지만 정치적으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미네르바가 긴급체포되고 구속되는 과정에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논객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었고 댓글을 통해 환호하던 네티즌들도 잠수에 들어가면서 사이버민주주의 용어자체가 사라졌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잡아들여 몇 달씩 인신을 구속해둘 수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조항이란 사실도 학습됐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야 할 언론사가 거꾸로 미네르바를 매도하고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반저널리즘 행태를 보였다. 언론사가 불리해질 때마다 들고나서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사실은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사치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언론사의 이런 보도행태 역시 정도의 저널리즘으로는 설명이 되지않는 부분이다. 뒤늦게 사과하고 자체징계운운하지만 여전히 자기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법관이 판결로 말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검찰이 수사로 말하지못하고 ‘중계방송하듯이 떠들어댄다’면 스스로 정치검찰이라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검찰의 중립은 사라졌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집권당 대표의 입에서 “이런 검찰수사는 처음 봤다”는 통탄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조선일보(4월21일자)는 "이런 수사 처음 봤다" 제하의 기사를 보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창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또 전직 대통령이라는 분은 그걸 받아서 인터넷에서 반론을 하는데 이런 방식의 수사가 어디 있느냐. (검찰이나 전직 대통령이나) 신뢰와 권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제발 통상적인 수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보도했다. 여당 대표의 입에서 검찰을 향해 ‘제발 통상적인 수사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알아서 기는 정도가 오죽했으면 ‘오버하지 말라’고 수사가이드라인을 지시한다는 오해를 의식하면서조차 집권당 대표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검찰, 법원, 언론 등 모든 영역이 자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선진화에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정치가 한국사회를 지도하는 선에서 그치지못하고 지배하게 되면 그 사회는 정치만능주의에 빠지고 정치검찰, 정치법원, 정치언론이 판치게 되고 존엄해야 할 인간은 사라지게 된다. 항소한 검찰이 체면을 다시 세울지, 더 큰 신뢰상실로 이어질 지 불투명하다. 대법원에는 신영철같은 판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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