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원으로 우향우

이 세상에 자율화를 나무랄 사람이 있을까? 지금부터 1년전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일성으로 학교 자율화를 내걸고 시끄러운 출발을 했었다. 그 후 1년 과연 학교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들의 바람대로 학생은 자유롭게 공부하고, 교사는 자율적으로 가르치고, 학교장은 자율적으로 학교를 경영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이 행복하고 공교육이 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자.
 
지금부터 1년 전 교과부 관계자들의 말들을 되돌아보자. 
"학교에 학원이 들어와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자율을 허락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면 학교가 학원화되는 것이 대수인가. 대선에 일등 공신인 언론사와 교장 선생님들이 요구하는데 <소년 동아>를 학교 차원에서 구독하게 하는 것도 집어넣자. 0교시를 7시에 하든 상관하지 말고 학원가는 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보충 자율학습을 늘여주고 관리 수당도 주게 하자"
 
그러자 아이들은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를 외쳤다. 결국 이러한 정책이 학교를 학원화하고, 무한 입시 경쟁의 괘도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 시민 사회 단체들은 이 정책을 "공교육 포기 정책" 이라고 이름 붙였다.
 
학교 자율화 조치는 단지 일제고사를 부활하고 학교를 학원화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자율과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조기유학 허용, 귀족학교 설립 등 특권층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 위한 전주곡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시 교육을 부활시키고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부터 국제중학교를 가는 학생과 갈 수 없는 학생으로 나누어지는 정책이 글로벌 인재 육성과 학부모의 선택권이라는 이름하에 추진되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한 국사 교과서를 교체하는 폭거가 저질러졌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철저히 짓밟은 자들이 학교 자율화를 운운하는 이율배반이 '4.15 학교 자율화 조치'의 본질임을 분명히 드러내 주었다.
 
2009년 3월 31일 전국의 초·중학교 교사들은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이 정부 권력에 의해 침식되었다. 시험 감독에 들어가는 교사들을 도와주기 위해 학부모들은 생업을 잠시 유보하고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와 그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그들만의 자율을 누리는 동안 일제고사식의 평가와 학력 경쟁에 반대한 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대신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국제중학교가 생기고 매년 두 세 차례 보는 전국단위 일제고사 때문에 초등학교에 0교시가 생기고 지필식 고사가 부활되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출제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를 학원화하고, 학교와 학생들을 점수 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사교육비를 팽창시키게 된다. IMF 보다도 심하다는 경제위기에도 사교육비를 늘도록 만든 것은 계량화된 성적에 의한 줄세우기 정책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교를 더 학원화하는 것을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방과후학교에 대한 규제를 풀어 학원보다 더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영리기관에 위탁운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 프로그램도 확대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4.15 1주년을 맞이하여 이명박 정부는 학교의 학원화를 전면화하는 사교육 대책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기어이 제주도에 초등학교부터 국제학교를 세우고 2천만 원짜리 중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라는 이름으로 재단 전입금은 최소화하고 재단의 권한만 키워주는 학교가 이명박 정부 시대에 1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0년 교육정보공시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올해 실시되는 10월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평가국가 체제를 완성시키려는 집요한 공세가 이루어질 것이다. 4.15 학교 학원화 정책과 교육 계층화 정책은 집권 2년차에 들어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에 반대하는 전교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책동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이제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가야할 길이 아님을 드러내주고 있다. 4.15 학교 학원화 정책 1년 교육은 황폐화되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는 봉건사회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시키고,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근본적으로 부정당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교조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전교조 결성과 제 2의 교육 민주화 선언을 만들어내는 각오로 이명박 정부의 공교육 포기 정책과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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