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5.18 유족회, 5.18 부상자회 기자회견문

광주지방법원의 옛 전남도청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에 관한 우리의 입장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상반된 이념이나 가치관이 충돌하게 되는 경우, 어떠한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정책적 성격을 띤 행위’여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재판부는 추진단이 신청한 공사방해가처분에 대해 인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먼저 재판부의 판결문 곳곳에서 나름 고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고, 특히 법정대리인조차 선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준비서면 등을 통하여 입증하려 하였던 절차와 과정의 문제점 상당부분을 인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재판부는 첫째, 사단법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사단법인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이하 5.18단체)가 시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둘째, 추진단의 절차와 과정이 헌법상의 기본원리를 부정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점,
셋째, 이 사업을 시행하면서 5.18관련단체를 비롯한 광주시민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노력한 점 등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결정에 대해 별지의 분석과 같이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이 사건은 이 결정 이후에도 사건 당사자들과 광주광역시 시민들, 나아가 전국민의 합의하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모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재판부가 신청서를 인용하는 결정보다는 현재 공사 진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과 합리적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를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대안을 수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재판부가 적시한 바와 같이 대화를 통한 상생의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의 절차를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항고 과정에서는 시민의 참여와 뜻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추진해 갈 것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한다.

1. 재판부의 결정은 별지의 자료와 같이 몇가지 사실관계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재판부가 보전의 필요성으로 적시한 공사방해 및 방해 행위로 인한 손실 등은 사실이 아님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항고 절차를 진행하고 한다.

2. 재판부는 최소한 현장의 공사 진행에 아무런 장애가 없이 다른 부분에서는 예정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 8일까지의 공사 중지 기간이 통상적인 동절기공사지침에 의해 콘크리트 흙막이 공사는 가능하면 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는 점이 확인되었어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항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옛 전남도청 별관보존 시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입장과 뜻을 반영하는 시민청원운동을 동시에 추진해 갈 것이다.
2009년 4월 15일

사단법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단법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판결문의 분석과 입장

□ 재판부가 인정한 절차와 과정의 문제점

- 2005년 5월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설계건축경기 공고’기자 브리핑에서 도청건물 부지에 문화전당이 건립되더라도 5.18사적이 모두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과 보도 내용
- 5.18민중항쟁 관련단체가 추진기획단에 도청건물 전체를 원형보존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설계경기 결과보고서’에 도청증축시설을 보존시설물로 정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 도청 별관을 철거대상에 포함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5.18보존공간에 대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사실
- 문제 2005년 6월 18일 이른바 □ 자형을 제안하였다는 전일다방의 간담회에서 그 안을 제안하였거나 논의하지 않고 간담회 중간에 나와 버린 사실
- 공동대책위원회의 박주선 국회의원의 중재안 거부의 사실

□ 판결문의 잘못 적시된 사실관계의 사례

- 2005년 5월 18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 도청건물 전체를 보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 이와 관련하여 당시 배포된 보도 자료에는 세 개의 보존 건물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는 바, 첨부한 것처럼 도청별관을 포함하고 있음에 주목
- 2005년 7월 25일 국제건축설계경기운영 T/F 8차 회의 및 4차 자문회의에서 5.18단체의 요구에 따라 전남도경찰청과 민원실을 추가보존하기로 의결하였다는 내용

▶ 이 사실은 첨부한 자료와 같이 5.18단체대표들이 당시(면담일시 2005. 7. 19.)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요청하기 하루 전인 2005년 7월 18일 이미 위 운영 T/F 7차 회의에서 추가 보전하기로 결정하였는 바, 이 결정은 5.18단체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위 운영T/F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부터 도청별관(당시는 증축시설로 표기)은 철거대상에 포함하고 있음이 지적되었어야 할 것임.
- 2005년 1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시민단체와 5.18단체가 설계당선작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사실

▶ 당시 기자회견은 랜드마크 논쟁이 시작될 무렵으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당시 기자회견이 도청 별관을 철거하는 설계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의 내용이 아니었음을 확인.

- 5.18기념재단이 ‘구 전남도청의 5.18기념공간화 T/F팀’ 운영 및 위 T/F팀의 요청에 의해 전남대 주석중 교수가 제작한 ‘아시아문화전당 건립부지 내 5.18관련 보존공간 활용계획안’을 만들어 추진기획단과 면담할 당시 제출하고 함께 논의한 사실

▶ 5.18기념재단에서 운영한 위 T/F팀은 5.18단체와 내용에 대한 협의과정이 전혀 없었으며, 이 T/F팀에 초기에 참여하였다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5.18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18단체와 소통이 전혀 없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3차 회의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관계자의 증언 및 서한에서 확인되듯이 당시 5.18기념재단은 5.18보존공간 활용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5.18단체와 전혀 그 내용을 공유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고, 활용계획서 역시 그 내용을 사전에 5.18단체에 회람하지 않고 5.18기념재단이 임의적으로 단체의 이름을 명기한 사실을 인정하였음.

□ 판결문의 종합적 판단
-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5.18두 단체의 도청 별관 보존에 대한 일관된 입장의 확인과 문제의 박주선 국회의원 중재안에 대해 거부하였다는 사실의 인정과 도청 별관 철거 결정과정에서 5.18유족회와 5.18부상자회가 일부 배제된 사실의 인정을 통하여 절차와 과정의 문제점 확인

- 현재 공사가 추진되고 있으며, 따라서 ‘공사계약일반조건’에 의한 공사일시정지 배상금 지급은 없는 상태임에도 이를 판결문에 적시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은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으로 생각됨.

- 전국민의 합의하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모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은 곧 이 사건은 법리적 해결과 판단보다는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재판부의 입장과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바, 이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는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보다는 조정의 방법과 시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어야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와 관련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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