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잠월미술관 첫 번째 기획전

石峴 朴銀容展
- 못다한 삶에의 열정,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 ⓒ박은용. 여인 41×68,1980. 잠월미술관 제공.
지역사회에서 참신한 기획전시와 미술을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잠월미술관이 기획초대전을 연다. 올해의 첫 번째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작년에 안타깝게 타계한 석현(石峴) 박은용의 유작전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시대의 화가로 가장 치열했던 삶을 살았던 故 석현(石峴) 박은용(朴銀容, 1944-2008) 화백은 호남 전통 남화의 꽃을 피운 소치 허련의 고장, 진도에서 태어나 조선대학 부속 중, 고등학교와 서라벌예대를 졸업 하였으며, 한때 진도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다.

실경산수를 바탕으로 한국화의 전통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서 남도의 정서를 흠뻑 머금은 텁텁하고 질박한 고향의 내음을 자유로운 운필과 가득 채운 화면 등 정감 넘치고 생생한 그림들을 통해 자연과 농촌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다수의 그룹전과 초대전 등을 통하여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한국문화예술원장상과 의재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2006년 “물처럼 바람처럼” 이란 수묵화 3인 초대전을 마지막으로 2008년 지병으로 타계하였다.

작은 돌부리에도 애정을 가졌던 이 시대의 타고난 환쟁이로 지역미술계의 큰 획을 그었던 박 화백의 작품세계를 정리해보는 이번 전시는 큰 의미가 있다. 박 화백이 떠나는 날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박종석 한국화가에 따르면 크게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말년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1기는 청년기라고 할 수 있다. 박 화백은 호남 전통남화의 꽃을 피운 소치 허련의 고장, 진도 의신면에서 1944년 출생하였다. 조대부중 미술부 시절 대작의 수묵화를 그릴 정도 천재성을 발휘하였는데 유작 중 지금도 조대부고 미술부 시절에 그린 수채화 작품들은 박 화백의 진면목을 보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1962년 전국학생 미술실기 대회에서 연 2회 최고상을 수상하였으며 서라벌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14년간 진도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작품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1970년 후반 정든 교직생활을 접고 험난한 전업 작가로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2기는 중년기로 왕성한 활동으로 화단에 주목을 받은 이 시기는 박 화백의 작품 활동에 중흥기에 해당할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1983년 동덕미술관 개인전은 당시 화단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주목을 받아 박 화백의 천재성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 실경산수를 바탕으로 남도의 정서를 흠뻑 머금은 들녘 풍경은 고된 노동의 기쁨을 맛보듯, 수묵이 빛을 내고 있다. 자유로운 운필과 가득 채운 화면 안에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아낙네, 쥐불놀이 하는 아이들의 작품들을 통해 남도의 정서를 화폭에 옮겼다.

이후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다수 그룹 초대전과 화랑 초대전으로 이어지면서 필선은 투박하고 고졸한 아름다움과 순박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화풍으로 변한다. 그러나 당신의 꿈인 자연과 더불어 어린이들의 학습 체험장이자 작업공간을 꾸미기 위해 1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세상에 빛을 발한 것이 바로 화순군 남면 사수리의 화실이다. 직접 대패질을 하고 쇠손을 잡고 대들보를 세우고 염소와 닭, 토끼 등을 기르시던 박 화백의 그 시절이 아직도 화폭에 남아 숨 쉬고 있다.

3기인 말년기의 키워드는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서울과 광주의 개인전은 박 화백을 존경하는 지인들의 후원으로 성황리에 이루어진다.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 같은 시골 풍경을 담은 풍속화는 도시 속에서 만난 또 하나의 고향의 모습이다. 18세기 조선 후기의 김홍도와 신윤복 화가에 의해 고집되었던 서민들과 흙에 대한 예찬이 현대에 이어져와 박은용화백이 승화 발전 시켰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박 화백의 그림에서는 “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우리를 질책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모든 것을 안아 주시던 어머님 품처럼 모든 것이 너그럽게 이해되는 세상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 열린 수묵화 3인 초대전 은 박 화백의 삶을 정리한 작품을 접하게 된다. “물처럼 바람처럼”이란 전시 명제처럼 마지막 전시회가 되었다.

박 화백은 우리나라의 평범한 산하와 들을 지켜며 일구는 농부와 어부, 외딴 농가와 전답, 당산나무와 고인돌 등을 사랑하며 즐겨 그리고 현장에 생활하면서 한국화의 전통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전통적 정서에 맞는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으나 건강이 뒷받침하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이제 그는 가고 빈 화실만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석현 박은용 화백의 유작전을 기획 전시함으로써 다시 한번 고인의 작품세계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길가의 돌부리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한 작가의 소박한 마음과 자신의 삶의 모습, 가족 이야기를 투박한 필치로 표현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石峴 朴銀容展 - 못다한 삶에의 열정,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는 박 화백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느끼는 열정과 함께 창작에의 고통 그리고 작가 내면의 세계와 그가 추구했던 삶의 모습을 재조명해보고 고인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남기고 떠나간 흔적을 더듬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연계프로그램으로 “2009 뮤지엄페스티벌”의 일환인 “수묵-함께 나들이해요”가 진행된다.

박 화백의 작품감상과 더불어 일상을 주제로 한 수묵화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5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까지 진행되며 따스한 봄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 잠월미술관 제공.

□ 전시
○ 전 시 명 : 石峴 朴銀容展 - 못다한 삶에의 열정,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 일 시 : 2009. 4. 18(토)~5. 31(일)
○ 초 대 : 2009. 4. 18(토) 오후 5시
○ 전시문의 : 잠월미술관 061)322-6710

□ 부대행사
○ 행 사 명 : 2009 뮤지엄페스티벌 석현 박은용전 전시연계프로그램
“수묵-함께 나들이해요”
○ 프로그램 : 전시관람, 작품과 연계한 미술프로그램 진행
○ 일 시 : 2009.5.1-5.30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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