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교수 45명 '별관 원형 보존' 입장 전문]

 5·18유적지 도청별관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
 역사유적은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작년 이후 현재까지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5.18 유적지인 도청별관에 대한 존폐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수차에 걸쳐 공개된 토론회가 거듭되었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그 건물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음을 보면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우리의 원론적인 견해를 발표한다.

1. 도청별관은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설령 그 유적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효용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는 역사적으로 고유한 광주항쟁의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불탄 남대문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거액 들이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물을 완전히 철거해버리려 하는 행동은 상식에 맞지 않다. 허다한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역사유적의 원형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있으며, 그것을 훼손 없이 발굴하고자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하는 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

2. 철거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철거하는 방향으로 합의되었고 그에 따라 설계가 완료되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변경한다면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며 정부에서 예산을 삭감할 우려가 있다는 논거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긴 여행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면,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따라서 역사가 인간사회의 긴 여행이라면, 이제라도 재검토하여 바른 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 먼 훗날 우리의 후손에게 부끄러움 없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3. 피해자들이 철거에 합의해 주었다고 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5․18 피해자의 의견을 무엇보다 우선해서 존중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의견이 시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 왜냐하면 5․18은 우리 겨레 모두가 자손만대에 걸쳐 기려야 할 정신적 공유물이지 몇몇 피해자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걸핏하면 ‘5․18 이제 그만 팔아먹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그 말에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가를 되묻고 싶다. 누가 함부로 5․18을 팔 수 있으며 또 함부로 살 수 있단 말인가? 5.18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5. 지금까지 논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의 본질과 주변적인 것이 혼동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역사유적은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원칙을 비켜나가 각 집단들 간의 견해 차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으로 번져나감으로써 자칫 문제의 본질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를 우리는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대학이 시대정신을 정립하고 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온 명예로운 전통을 확인하면서, 이 시대 이 지역사회의 지h식인으로서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견을 제시하는 바이다.
2009. 4. 9

나간채(전남대), 서곤(전남대), 조용신(조선대), 안연준(대불대), 이채언(전남대), 정영철(순천대), 강성호(순천대), 강순길(성화대), 고진광(순천대), 권성기(성화대), 김동호(전남대), 김명혜(전남대), 김병기(전남대), 김병인(전남대), 김영록(대불대), 김월수(전남대), 김재관(전남대), 김지수(전남대), 명국녕(순천대), 박병희(순천대), 박오복(순천대), 박철수(대불대), 손희하(전남대), 송미승(대불대), 송인성(전남대), 송정민(전남대), 신동호(전남대), 안경수(성화대), 안옥선(순천대), 유경원(순천대), 유광호(대불대), 유부걸(성화대), 윤갑근(조선대), 윤수종(전남대), 이무용(전남대), 이정(순천대), 정동보(순천대), 정혜숙(전남대), 정훈(전남대), 조용신(조선대), 조원래(순천대), 최현주(순천대), 홍성흡(전남대), 홍영기(순천대), George katsiaficas(미국 웬트워스공과대학) (45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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