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시장. 강박원시의회 의장. 최협 조성위원장 ‘생색내기’ 
  광주전남 대학교수 45명, “별관 원형보존이 기본 상식” 발표
  10일 법원, 추진단- '철거' vs 5.18단체- ‘보존’ 놓고 ‘결정’

▲ 박광태 광주시장(가운데),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맨 오른쪽), 최협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이 9일 오후2시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옛 전남도청 별관문제와 관련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광주인
아시아국립문화전당 건립공사를 놓고 옛 전남도청 별관건물의 보존과 철거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9일 광주에서 대학과 시청 그리고 광주지법에서 세 가지 풍경이 그려졌다.

그 가운데 전남대 나간채 교수를 비롯한 광주.전남 교수 45명이 낸 “역사유적 원형 보존” 입장과 이날 오후 2시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강박원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최협 대통령 산하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이 공동발표한 “차질 없는 문화전당 건립공사”가 운명의 기로에선 별관의 처지와 광주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래 교수 성명서. 3인 공동발표문 참조)

이들 교수들은 ‘5.18유적지 도청 별관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재목의 성명에서 “도청별관은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상식”이라며 “이유로 역사적으로 고유한 광주항쟁의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 교수들은 “문광부 추진단이 철거합의와 비용추가를 들고 있으나,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며 “이제라도 재검토하여 바른 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 먼 훗날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고 원형보존과 설계변경을 촉구했다.

이어 이들 교수들은 “걸핏하면 ‘5.18 이제 그만 팔아먹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며 “누구도 함부로 5.18을 살수도 팔수도 없다”고 일부의 5.18민중항쟁에 대한 맹목적인 가치 폄하를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보존과 철거)논의과정에서 본질과 주변이 혼동되고 있어 역사유적은 원형보존해야 한다는 자명한 원칙을 비켜나가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으로 번져나갔다”며 “지역사회 지식인으로서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들은 한마디로 원형보존을 주장한 교수들은 뒤늦었지만 명확한 지식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보존운동에 나섰다는데 의의가 있다.

▲ 9일 오전 광주지법 401호 법정에서 열린 공사방해가처분 신청 2차 심리를 앞두고 일부 5.18회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광주인
그러나 박 시장과 강 의장 최협 위원장의 낸 3인의 공동 기자회견은 ‘보존과 철거’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원론적인 수사에 그친 ‘정치적 면피용’이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3인의 공동입장은 이른바 ‘핑퐁’ 입장 그 자체에 그쳤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 ‘보존이냐 철거냐’의 입장은 숨긴 채 “양보와 타협”, “안타까운 상황”, “용기 있는 결단” 등으로 ‘강 건너 불구경’ 자세를 내놓았다.

이들 3인은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아시아문화전당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되어야합니다’라는 주제로 옛 전남도청 별관 관련 공동발표문 낭독에 이어 각각 서명 날인하고 발표문을 교환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3인은 공동발표문에서 “구 도청 별관과 관련하여 장기적으로 지연되고 있어 많은 정부에산이 사장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자체가 표류할 우려가 있다”며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돼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3인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국회의원 등 각계각층에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양보와 타협으로 하루빨리 전당공사가 본격 추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3인은 또 “‘이제는 장기화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광주의 미래를 위해 용기있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결단으로 갈등으로 인한 아픔과 몸살이 광주정신을 한 차원 더 높이 성숙시키는 밑거름과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 것.

이날 3인의 갑작스러운(?) 공동발표는 미묘한 입장을 보였다. 박시장과 강 의장은 “호소의 뜻으로, (보존과 철거에 대한 )개인입장은 없다”, 최 위원장은 “설계안 원안대로 하자는 취지”에 방점을 둔 것.

▲ 옛 전남도청 별관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광주전남 개혁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이 별관 벽에 펼침막을 내건 모습. ⓒ광주인
답변과정에서 최 위원장이 “문화전당 공사를 차질 없이 설계안 원안대로 하자는 데 박시장과 강 의장이 뜻을 같이 한 것으로 본다”는 발언에 박 시장이 제지하듯 마이크를 당겨 “문광부 일이지만 광주시의 일이기도하다. 2012년 완공기한까지 차질 없이 준공을 촉구하자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한 것.

박 시장은 이어 ‘보존이냐 철거냐’라는 기자의들의 질문에 “개인적인 입장은 없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또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것이다. 오늘은 이 정도하자”이라며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막았다.

최 위원장은 ‘사전에 3인이 설계원안을 존중하고 철거에 합의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했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에게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이날 3인의 기자회견은 10일 광주지법 판결과 지난해 문화전단 관련예산 500억 불용처리, 별관현안에 대한 박 시장과 시의회에 대한 여론 압박, 공사 차질에 따른 조성위원장의 촉구 표시 등을 동시에 ‘정치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에 불과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문광부 산하 문화도시추진단(단장 이병훈)이 5.18유족회(회장 정수만)와 부상자회(회장 신경진)를 상대로 법원에 낸 공사방해가처분 신청도 9일 오전 2차 심리를 마쳤다.

재판부의 10일 최종 판결을 앞둔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추진단과 박주선 의원과 함께 별관 철거에 동의한 5.18구속부상자회(회장 양희승) 일부 회원들이 모습을 보였으며,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예방차원에서 경찰이 경비에 대거 나서는 풍경을 연출됐다.

이처럼 옛 전남도청 별관은 정치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애물단지’로, 지식인에게는 ‘역사적 유물’로, 5.18단체 회원들에게는 ‘보존이라는 삶의 명제’와 ‘일부 헐려도 될 건물’로 각각 파편화되어 망신창이로 다가섰다.

이런 가운데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참여자치21, 민주노총 광주. 전남본부 등 진보진영과 일부 종교인들은 원형보존을 주장하며 국민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 별관문제는 법원판결 여부에 따라 큰 분수령으로 맞으며 보존과 철거 중 한 입장으로 급선회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부문이다.

                                [교수 45명 입장 전문]

5·18유적지 도청별관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
-역사유적은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작년 이후 현재까지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5.18 유적지인 도청별관에 대한 존폐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수차에 걸쳐 공개된 토론회가 거듭되었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그 건물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음을 보면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우리의 원론적인 견해를 발표한다.

1. 도청별관은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설령 그 유적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효용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는 역사적으로 고유한 광주항쟁의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불탄 남대문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거액 들이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물을 완전히 철거해버리려 하는 행동은 상식에 맞지 않다. 허다한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역사유적의 원형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있으며, 그것을 훼손 없이 발굴하고자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하는 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

2. 철거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철거하는 방향으로 합의되었고 그에 따라 설계가 완료되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변경한다면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며 정부에서 예산을 삭감할 우려가 있다는 논거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긴 여행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면,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따라서 역사가 인간사회의 긴 여행이라면, 이제라도 재검토하여 바른 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 먼 훗날 우리의 후손에게 부끄러움 없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3. 피해자들이 철거에 합의해 주었다고 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5․18 피해자의 의견을 무엇보다 우선해서 존중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의견이 시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 왜냐하면 5․18은 우리 겨레 모두가 자손만대에 걸쳐 기려야 할 정신적 공유물이지 몇몇 피해자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걸핏하면 ‘5․18 이제 그만 팔아먹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그 말에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가를 되묻고 싶다. 누가 함부로 5․18을 팔 수 있으며 또 함부로 살 수 있단 말인가? 5.18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5. 지금까지 논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의 본질과 주변적인 것이 혼동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역사유적은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원칙을 비켜나가 각 집단들 간의 견해 차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으로 번져나감으로써 자칫 문제의 본질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를 우리는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대학이 시대정신을 정립하고 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온 명예로운 전통을 확인하면서, 이 시대 이 지역사회의 지h식인으로서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견을 제시하는 바이다.
2009. 4. 9

나간채(전남대), 서곤(전남대), 조용신(조선대), 안연준(대불대), 이채언(전남대), 정영철(순천대), 강성호(순천대), 강순길(성화대), 고진광(순천대), 권성기(성화대), 김동호(전남대), 김명혜(전남대), 김병기(전남대), 김병인(전남대), 김영록(대불대), 김월수(전남대), 김재관(전남대), 김지수(전남대), 명국녕(순천대), 박병희(순천대), 박오복(순천대), 박철수(대불대), 손희하(전남대), 송미승(대불대), 송인성(전남대), 송정민(전남대), 신동호(전남대), 안경수(성화대), 안옥선(순천대), 유경원(순천대), 유광호(대불대), 유부걸(성화대), 윤갑근(조선대), 윤수종(전남대), 이무용(전남대), 이정(순천대), 정동보(순천대), 정혜숙(전남대), 정훈(전남대), 조용신(조선대), 조원래(순천대), 최현주(순천대), 홍성흡(전남대), 홍영기(순천대), George katsiaficas(미국 웬트워스공과대학) (45명). 끝.


 [구 전남도청 별관 관련 공동 발표문  전문]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광주는 민주․인권․평화 도시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위대한 도시입니다. 우리는 이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고 광주의 미래를 열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광주의 미래가 걸린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이 舊 전남도청 별관과 관련하여 장기적으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많은 정부예산이 사장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자체가 표류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국회의원 등 각계각층에서 많은 걱정과 함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로 인해 지역사회가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되어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서로의 양보와 타협으로 하루빨리 전당공사가 본격 추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기화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광주의 미래를 위해 용기있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결정은 빠를수록 이롭다고 판단하며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바랍니다.

아무쪼록 그동안의 갈등으로 인한 아픔과 몸살이 광주정신을 한 차원 더 높이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우리 광주가 미래로 나아가는 발전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9년 前 광주 시민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하나가 되었듯이 이제 우리 광주를 아시아에서 가장 자랑스런 문화중심도시, 나아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문화일류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 다시 뜻과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09년 4월 9일

박광태 광 주 광 역 시 장
강박원 광주광역시의회의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위원장 최 협

각각 서명 날인 발표문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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