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통비법 개정, 국정원에 날개 달아주는 셈"

지난 한 해 국내 수사기관의 전화, 이메일, 비공개 모임게시판 등에 대한 감청 건수가 9000건을 돌파했다. 1등 공신은 국정원으로 총 8,867건을 감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7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감청협조,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현황'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 전화번호, 아이디 등 대상 감청 건수가 9004건으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제정 이후 처음으로 9,000건을 돌파했고, 국정원은 8,867건(98.5%)으로 수사기관 중 가장 압도적인 감청 횟수를 기록했다.

시민단체 "통비법 개정, 국정원에 날개 달아주는 셈"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원의 정치사찰이 오남용 돼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보네크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현재의 통비법으로는 국정원의 감청 권력을 제대로 제어하는 것이 역부족이란 것이 밝혔졌다"면서 "여기에 4월 국회에서 통비법 개정안이 통과 돼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감청이 확대된다면, 국정원에 날개를 날아주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외국인 감청에 대해선 국정원이 직접 감청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감청 대상자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여당이 4월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인 통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인 통신 감청에 대해선 국정원이 통신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국정원이 감청장비를 따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하는 외국인 대상 감청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대상이 누구이고, 어떤 목적인지를 국정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오남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진보연대 윤지혜 민주인권국장은 "국정원이 온갖 로비를 통해 통비법을 비롯한 이른바 국정원 5대 악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 중 한 개라도 통과될 땐 특히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은 국정원의 실시간 감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국정원 대응모임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비법이 개악된다면 통신감청은 국정원으로 손발로써 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감시통제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며 통비법 개악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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