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her' story에서 굉장히 역사적인 날이다. 일단 건강체질인 줄로만 알았던 내가 하루를 마감할 때 쯤 앓아누웠다. 취재할 곳을 세군데 째 갔을 때부터 시름시름 어딘가 아파오더니, 마지막으로 조대 정문에서 본관까지 걸어간 것이 결정타였다.

그래, 어쩜 아침에는 추워서 떨다가 조대에서는 땡볕에 걸어야 했으니 일교차 탓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벌써 눈치챘겠지만 취재 첫날이다. 개인사에서 상당히 역사적인 날이다.

사회생활의 첫 걸음마를 '기자'로 떼었다면 인생 선배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자생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나에게 '격려'나 '위로'를 해주지 않을까 싶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하는 거라는 이론에 적극 찬성하시는 분이라면 어쩜 크게 축하해 주실 지도 모르겠다.

오늘 배운 것 중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는 건...'기자 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신다'라는 생각. 물론 몇몇 집에서 텔레비전 보고 쓰거나 별 고민 없이, 또는 다른 사람 생각으로 쓰는 일부 기자들은 빼고.

사실 처음엔 내가 취재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로케트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거쳐 참교육 학부모회도 방문해 보고, 옛 도청 지키기 현장, 그리고 조선대 임시이사 재 파견 철회 운동 본부까지... 그러나 어떤 것에 대해 감히 '이야기' 한다는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내 가슴을 거쳐 머리를 통과해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너무 부담감을 가지는 것일까? 그러나 한번 만나서 감히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발화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기자 앓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이제 서야 글을 올리는 지금도 이틀 전이 오늘처럼 생생한 것은 당연하다. 항원은 사라져도 면역항체는 몸속에 얼마간 지속된다지 않은가. 이 기억을 먹고 버티는 '언젠가'는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런 생각은 오늘을 버티게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던 E.H.CARR의 말이 개인사에도 적용이 되는구나. 괜히 별로 관심 없었던 교과서 생각도 나고, 역사적인 첫 날답게 내 안에 뭐가 생기긴 생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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