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PM 11:48. 새벽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감긴다.

이렇게 피곤할 때 주변사람들에게 투정을 부리면 "힘들수록 힘내라, 울기보단 웃어라" 라고 말한다. 반어법은 너무 잔인하다. 맥이 빠지고 조금 서럽기까지 하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일하게 된지 이틀 만에 첫 취재가 두 건이나(?) 있었다. 첫 번째 취재는 인권위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고 두 번째로 간 곳에서는 대한통운 집단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화창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던 오늘 낮은 놀러가기 딱 좋은 날씨였고 사람들도 전보다 많이 붐볐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기분도 좋아진다던데 그 말처럼 이유 없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날씨 속에서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졌다. 더 애절하고 더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리쬐는 햇빛에 반사된 모습은 어떻게 보면 더 강해보이고 힘차 보이기도 했다.

손으로만 기사를 쓰다가 발로 직접 뛰면서 기사를 쓰는 일은 오늘 처음 겪는 나에겐 흥미진진했지만 생소하면서도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사진 찍는 것에서부터 그때그때 수첩에 메모하는 것까지 전부 다.

그래도 이제 막 출발했는데 벌써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열심히 발로 뛰면서 취재한 것을 발로 쓴 기사(엉망인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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