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별관 관련

<옛 전남도청 별관 원형보존을 두고 신재민 문광부 차관이 최근 광주지역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에서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기간이 늦더라도 문화전당 설계를 변경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별관보존을 주장하는 5.18유족회와 부상자회는 8일 환영 성명을 내는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별관존치 논란과정에서 광주지역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침묵과 방관 그리고 친정부 편향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이 <
옛 전남도청 지키기 http://cafe243.daum.net/_c21_/home?grpid=1Gxwj>에 올린 글문을 소개한다. 일부 문장과 단어사용 그리고 표현이 다소 거친측면이 있으나 별관문제에 대한 생산적이고 건강한 논쟁을 위해 원문 그대로 게재한다. /광주인> 

별관문제와 관련하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게 고함

문화전당의 건립공사가 이른바 랜드마크 논란에 이어, 도청별관 문제로 인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별관의 원형보존을 주창하는 공대위의 농성 / 별무소득으로 끝난, 지역언론사 주최의 토론회 / 5월단체의 꼴사나운 내홍 / 소리만 요란한, 연석회의 집담회 무산 / 공대위의 해체 및 박주선식 합의 / 뒤이어 계속되는 5월단체의 새로운 선언 / 쉼 없이 발동하는 수구들의 꼼수 / 그것을 가로막기 위해 등장한, 한 신생그룹의 놀랄만한 제안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여기에서 추진단(정부)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 없다하여 놀라거나 아쉬워 할 것은 없다. 그는 지금 멀찍이서 이 난장판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가 아니어도 주연급은 차고 넘친다. 그러니 한가로이 쉬고 있는 그를 주연에서 잠시 빼놓는다 하여 나쁠 것은 없다. 따라서 제 손 아니 댄 채 코풀기 하고 있는 그를 당장 불러들일 필요는 없는 일이다. 코풀기와 분단장을 마치면 제 스스로 뛰쳐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세력의 등장과 상업주의의 패퇴
최근 한 신생그룹이 용감하게도 이 난장판에 불쑥 명함을 내밀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 격이다. 명함 하나 들이밀고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이내 사라져버리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디서 기세를 탔는지, 그들은 자체 고안한 물건 보따리를 들고 대담하게도 범의 소굴로까지 찾아가 홍보하였단다. 이른바 방문판매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은 혹시 유사 문화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다단계 조직?

정체 파악이 아니 된다 하여 경계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공중파를 상대로 인터뷰도 하였다. 그 인터뷰에는 가명도, 음성변조도, 화상모자이크 처리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조직계보도 내 보였다. 상임대표 김 아무개, 운영위원장 고 아무개, 지역 담당 강, 김, 양, 윤 아무개 등. 이만하면 여타의 경계심과 의구심은 거추장스럽다. 무명의 나 또한 그 집단의 일원이다.

우리는 문화전당의 건립공사가 2005년 말부터 시작하여 1년여 동안 이른바 랜드마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소모적인 싸움의 종식과정에 기여한 건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것은 문화의 상업화 및 탈역사화 기도에 맞선 민주와 인권운동의 승리였다. 우리는 그들이 초심을 잃지 아니하고 별관문제에도 슬기롭게 대처해 주길 기대하였다.

여전히 창궐하는 세계화 및 신개발주의
민주화의 근거지를 수호하고자 공대위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였을 때, 우리는 상업주의를 패퇴시킨 세력이 공대위를 응원하는 길에 자발적으로 나서 주리라 기대하였다. 그리하여 빛고을이 민주주의의 산실로 굳건해지기를 소망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냉소로 돌아왔다. 공대위는 고립되고, 외로운 배가 되어 표류한 끝에 결국 난파되고 말았다. 우리의 가치기준으로서 그 반쪽합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가 나서게 된 것이다.

당시의 우리에겐 더 이상 주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다급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은 급박하게 준비되었고, 그에 따른 내용상의 허술함이 다소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진로를 제약할 수는 없었다. 당시의 우리에겐 파국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추어야 한다는 절박함 외의 다른 선택이 없었다.

우리의 시각에서, 문화전당의 원만한 건립을 위해 별관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개발주의자의 삽질논리에 불과하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사적물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지역 특수성의 파괴를 통하여 금융이득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세계화 주창자들의 야릇한 선전문구를 암송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역의 현안이므로 외부인의 참여를 배격한다는 주장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실현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자신의 소아적 편견을 유포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굴절된 지식과 파시즘의 조건
단지 그것이다. 우리의 행위는 그러한 퇴행에 저항키 위함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란 걸 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할뿐더러, 건강치 못하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내부에 다음과 같은 의견이 일부 있음을 고백한다. ‘상업주의를 패퇴시킨 시민사회단체 중에서, 우리가 기자회견을 통하여 제시한 바 있는 ‘시민제안’에 동의하는 그룹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에게 우리의 노력과 그것의 성과물을 이전할 용의가 있다‘.

이전 시기에서는 물론 현 단계에서도 우리의 제1차적인 관심 대상은 별관철거를 강행하려는 정부가 아니다. 우리가 별관보존 운동에 나서는 뜻은 건조물 하나를 지키고자 하는 데 있질 않다. 우리의 주 공략대상은 사적 이해를 위해 자신의 소견머리를 매각하는 유사 지식인들, 공동체의 와해를 통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위정자들, 또 다른 동기에서 시민사회의 분열을 획책하는 기타의 무리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침몰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이 파시스트들에게 생육의 조건을 제공하는 온상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정부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를 집행하는 대리기구에 불과하다. 그것이 우리가 정부인사를 이 마당놀이의 주연으로 섭외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우리는 시민사회의 대화합으로 별관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해결이란 물론 원형보존을 의미한다. 그 밖의 다른 것은 우리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파시즘의 역사화에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라, 쏘렌토(빛고을)로
5월로 인하여 광주는 이미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아시아의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서라면, 애써 전당을 건립치 않아도 근거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5월의 현장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그 무엇을 세우고자 한다면, 광주는 더 이상의 광주가 아니다. 진정 광주를 광주답게 하는 길은 5월의 정신을 오롯이 세워나가는 데 있다. 현장을 버리고 꿈꾸는 그 무엇은 다 한조각 봄꿈에 불과하다. 일장춘몽을 희구하는 자들은 가까운 찜질방으로 가시라, 그대들이 24시간 머물 자리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그 때 돌아오라, 보존된 별관이 아시아 최고의 문화유산이 되는 먼 훗날에, 자신의 별관철거 주장을 옛 이야기 한 토막으로 편안히 들려줄 수 있는 아주 오랜 시간 뒤에, 당시 봄꿈을 허용치 않았던 벗들의 고향, 빛의 고을로.

/글쓴이 그람신/다음카페-옛전남도청지키기 회원  /gramshin@hanmail.net/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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