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 이렇게 표현해야 딱 맞지 않나 싶다. 오늘 취재 나갈 현장 장소들을 보니 ‘이게 웬 떡이랴’ 다 사무실 근처가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취재현장에 늦게 도착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차가 없는 뚜벅이다 보니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취재를 나갈 때 으레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적어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터이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우선은 라마다플라자 호텔. 환경부장관의 초청 강연이 있다고 한다. 환경부 장관의 이력을 미리 확인해 보니 호남출신이었다. 주제는 녹색성장과 관련된 것이지만 호남출신이라는 특성상 호남을 위한 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오늘 취재의 포인트가 되리라.

호텔은 취재하러 갈 때마다 언제나 주눅 들게 만든다. 우선 취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니 옷을 편하게 입고 다니는 편인데 이런 편한 옷차림으로 들어간다는 것에 위축이 될 때가 가끔씩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다. 위축이 들 때는 정말 가끔, 아주 가끔이라고.

오늘도 여전히 약간은 불편한 행보였지만 호텔에 들어섰다. 모든 준비는 되어 있었고 장관만 등장하면 될 터이다.

높으신 분들이 지역을 방문할 때면 으레 행해지는 식순(이를테면 꽃다발 증정식과 축사)이 진행되고 강연이 시작됐다.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강연을 들으며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말이 있었다. ‘호남은 가난해도 지금처럼 사는 게 좋아’라는 구절이었다. 이 장관은 가난해도 지금처럼 사는 게 좋다는 인식에 잡혀 있으면 호남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어느 호남인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겠는가. 소외당해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가질지언정 가난해도 좋다는 생각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약간은 오버해서 발끈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신의 출신 지역에 와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출신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자연스레 해석될 수밖에 없는 건 오직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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