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하계 U대회 유치를 위한 광주 동구민 결의대회가 23일 열렸다. 사실 이날 취재는 갈 생각이 없었다. 동구청에서 보내온 취재요청 자료에는 그냥 구민 결의대회라고만 명시되어 있었고 장소 또한 동구청이라고 되어 있어 적은 인원이 동구를 위해 그냥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다른 취재를 가는 길에 동구청 앞에 놓인 엄청난 개수의 의자를 보며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길 동구청 앞은 엄청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재빨리 버스에서 내렸다.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아니 무슨 구민대회길래 이렇게 많은 인원이 결집될 수 있단 말인가.

동구청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내막이 드러났다. 그럼 그렇지. 2015년 하계 U대회 유치를 위한 동구민 결의대회란다. 대체 왜 동구청 취재요청 자료는 앞의 수식어를 쏙 빼고 보냈는지.

이 같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알고 모여든 것일까. 한 프레임 안에 3천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을 담으려고 구청 옥상에서 사진을 찍던 중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예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2월 초 U대회 시민지원단 발대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실은 동원된 시민들이었다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서히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 많은 인원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마치 동구 구민처럼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옆에 앉은 사람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어떻게 알고 오셨느냐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노인회에서 왔다고 한다. 광주에 좋은 일이 생기게 하는 것이니 서로들 가자는 말이 나와서 왔다는 것이었다. 에잇, 실패다.

다음은 젊은 여성에게 질문했다. 그들은 사회복지과 대학생들로 복지회관 실습 첫날인데 이곳에 왔다고 한다. 복지회관차원에서 왔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알았지 그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소식이라고.

오호라. 조금씩 구린내가 풍기기 시작하는데? 코를 킁킁 거려 다른 인물을 물색했다. 기사에 동원된 인력이라는 한 줄을 쓰기위한 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드디어 한 아주머니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종이를 들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무언가를 받고 있었다. 참가자의 서명이었다.

동구 새마을지회에서 왔다는 이 아주머니는 새마을지회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참석확인 서명을 받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결의대회는 자발적 참여인데 서명을 받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수첩과 카메라를 감추고 무심한 듯 서명을 받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보통 서명을 받고 참여한 횟수에 따라서 이 서명이 후에 공로상이나 표창을 받을 인물을 정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시 이는 동원된 인력이다. 서명을 위한 참여가 어찌 자발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가두행진을 할 때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시민들. 가두행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 택시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씁쓸했다. 이 같은 모습을 또 접하니 개인적으로 허탈하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항상 광주시민의 U대회를 위한 유치 열기가 뜨겁다고 보도한다. 물론 이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관련행사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유치 열기를 어느 선까지 진실로 봐야 할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인원동원인가 자발적 참여인가, U대회 유치를 위한 열기인가 각 단체의 공로상을 받기위한 수단인가. 정말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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