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광주를 찾는다. 전남대 명예 철학박사 학위수여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전남대 총학생회는 반대의 뜻을 강력히 나타냈고 수여식이 있기 전에 기자회견을 갖고 수여식을 저지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취재를 위해 조사를 하다 2007년에도 정몽준 의원은 전남대에서 학위를 받으려 하다가 철학과 교수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남대를 찾아가니 철학과 학생들이 수여식이 있을 예정인 대학본부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들고 있는 푯말에 써진 문구가 참 재미있었다.

‘횽아, 횽아가 철학을 알어?’, ‘학위 수여 재수생’ 등 역시 대학생들다운 문구라고 생각했다.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버젓이 살아 있는 전남대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학위수여를 받는 다는 것이 전대 학생들에게는 치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목청껏 소리높여 ‘정몽준은 물러가라’를 외치는 여학생, 국회의원 배지를 찾는 사람을 막을 것이라며 돌아다니는 남학생,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새터(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우르르 몰려온 대학 새내기까지. 각양각색의 대학생들로 어느 새 수여식 예정지는 10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과연 이렇게 반대가 심한데 정 의원은 이 자리에 나타날 것인가. 그리고 수여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갑자기 방송국 취재진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는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아니나 다를까 정 의원은 대학을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어서 빨리 쫓아가야 한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이라는 정보를 입수 하고 다른 신문사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그 곳에 도착했다. 의과생들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을 보면 급작스런 장소변경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물론 전대생들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긴 그들은 지금 전대에서 열심히 소리지르고 있을테니 여기에 없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끝이 났다. 결국 수여식은 정 의원의 고사로 무기한 연기됐다. “기회가 있으면 그때 받겠다”는 정 의원의 말이 과연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취재에서 돌아와 보고하니 선배기자는 “전남대에서 이같이 많은 학생들이 한 목적으로 뭉친 것은 80년대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정 의원의 오늘 학위 수여식은 전남대 학생들에게 큰 의미였던 것이다.

 ‘정몽준을 이사장으로 둔 사단법인 전남학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전남대 학생들은 오늘 그렇게 뭉쳤다. 그리고 우선 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정 의원이 학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한 이러한 일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 날 수 있으며 그때가 되면 전남대 학생들은 오늘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행동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정 의원은 그때가 와도 오늘같이 “혈기왕성한 학생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며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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