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미네르바는 가짜” 기사 나온 날 사과

동아일보와 월간 신동아가 ‘미네르바 오보’에 대해 사과한 지난 17일은 공교롭게도 “진짜 미네르바는 지난 1월 구속된 박대성씨”라는 기사가 실린 월간조선 3월호가 발매된 날이다. 이 때문에 두 잡지가 발매되는 날이 같긴 하지만, 그동안 "신동아에 기고문을 보내고 인터뷰를 한 ‘K'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온 신동아가 서둘러 사과를 한 이유가 월간조선의 보도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월간조선은 이날 발매된 3월호 <심층추적 - ‘신동아 미네르바’는 누구인가 / 기고문 게재에 대북사업가 권모씨 관여> 기사에서 △신동아 12월호에 기고문을 썼다는 ‘K'씨의 기고문과 검찰이 확인한 박대성씨의 글을 비교해 보니, 신동아 기고문의 도입부분부터 박씨의 글이 그대로 인용되는 등 기고문 곳곳에서 박씨 글을 인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신동아와 가짜 미네르바 ‘K'씨를 연결해 준 것은 대북사업가 권모씨라고 보도했다. 1963년생인 권씨는 코트라에서 아시아지역 공산국가를 담당하는 특수사업부 출신으로, 1994년 코트라를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대북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광범위한 대북인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안희정․이해찬 등 정부 실세들의 대북 비밀접촉을 주선하는 등 대북통로 역할을 했다고 월간조선은 전했다.

신동아 편집장과 권씨의 인연에 대해서는 신동아 편집장이 주간동아 편집장 시절이던 2007년 4월, 권씨가 A4용지 500쪽이 넘는 남북 정상회담을 담은 비망록 자료를 편집장에게 전해줘 <참여정부 남북정상회담 막후추진 180일 일지>라는 특종보도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월간조선은 신동아가 2월호에서 미네르바를 자처한 ‘K'씨가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라, 금융계 인사들로 구성된 7인 그룹이다. 박대성씨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IP 주소를 조작해서 글을 올렸을 것이다. 7인 그룹 중 연락이 끊긴 한 사람이 박대성씨를 시켜서 글을 올렸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박씨의 IP 주소로 올려진 글들이 그의 ‘다음’ ID로 올린 것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박씨의 로그인 기록과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글을 쓴 시기도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서버에 기록된 IP 대조를 한 결과 아고라에 게재된 IP와 일치했으며, 이는 곧 박씨의 IP가 조작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월간조선은 덧붙였다.

월간조선은 포털사이트 ‘다음’도 2008년 10월 박씨의 한메일 주소로 아고라에 ‘미네르바 코너’를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메일을 보낸 것 역시 ‘다음’도 박씨를 미네르바로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월간조선은 “(박씨가 IP를 조작했다는)K씨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박씨가 7인 그룹의 IP를 조작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박씨의 IP를 조작해서 사용했어야 한다”며 IP 조작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월간조선이 ‘신동아 미네르바’에 대해 심층취재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언론계에 파다했다”며 “신동아가 오보에 대해 사과한 날과 ‘신동아 미네르바는 가짜’라는 기사가 실린 월간조선 3월호가 발간된 시점이 같다는 것을 우연으로만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월간조선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K'씨의 신분에 대해 함구해 왔던 신동아가 왜 하필 ‘K씨는 가짜’라는 월간조선 기사가 나오는 날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는지 궁금하다”며 “주변에서는 ‘월간조선 기사가 나온 뒤 사과하면 마치 보도에 떠밀려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같은 날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로서는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신동아가 최종 확인 결과 ‘K'가 가짜라는 판단을 했고, 정상적인 발간 날짜에 맞춰 사과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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