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별관 문제가 또 다시 광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8개월이 넘게 공사가 중단되고 이제는 광주 시민들의 관심도 점차 식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별관도 인식했던 것일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관의 보존과 철거를 두고 추진단과 5월단체가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현재 광주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17일날 아침. 도청 별관 문제를 중재하는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별안간 기자회견을 한다고 취재요청을 해 왔다. 보통 기자회견은 며칠 전 미리 기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광주 언론이 도청 별관 문제에 민감해져 있는 터라 궁금한 마음에 얼른 취재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갑자기 하는 것을 보면 도가 됐던지 모가 됐던지 결론이 나긴 난 모양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급작스런 기자회견이라 취재진이 적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이게 웬걸, 옛 전남도청 건물 앞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갑작스런 한파로 손가락이 끊어질 것 만 같은 추위를 느끼는 오늘과 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박주선 의원, 이병훈 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양희승 공대위 공동 위원장 등 별관을 놓고 서로 엉킨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기자회견이 이뤄질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앗, 이건 아니다 싶었다. 관심이 높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취재진을 압박할 정도로 이렇게 몰려있는 것은 어떤 의도인가.

그 실체...이유... 얼마지나지 않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내가 아는 바로는 농성을 벌인 공대위의 위원장은 3명, 5월 단체의 유족회, 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의 회장들로 이뤄진 3명의 위원장이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합의서에 사인을 하고 서로 한부씩 나눠 갖는 그 순간에도 유족회와 부상자회의 회장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어이, 여기, 여기도 잘 감시해! 누가 돌을 던지거나 모래를 뿌릴지도 모르니까 잘 보라구! 이봐! 여기가 뚫렸잖아. 사람들로 어서 막아 테이블(기자회견이 이뤄질) 보이지 않게.”

엇! 이런 말들이 오고간다는 것은 반대하는 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이 기자회견을 강행하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이러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그 뒤로도 계속 연출됐다. 합의서에 사인을 하고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치자 사회자는 급히 저지를 하기 시작했다. “박수는 자제해 주세요.”

마침내 기자회견이 끝나고 공대위 사람들은 애지중지 아껴왔던 농성장을 단숨에 때려 부쉈다. 단순히 상징적 의미로 ‘철거하는 척’이 아닌 전기를 끊고 밥통을 고물상에 넘기는 것까지 그야말로 철저하게.

오후가 되어서야 이 ‘후다닥 기자회견’의 전말의 앞뒤가 가닥이 잡혔다.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구속부상자회와의 의견 충돌로 사실상 공대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오전에 무너진 철거 농성장 그 자리에 다시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별관 보존 농성을 재개했다.

그들은 분개하고 있었다. 이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닌데 5.18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지난 8개월간의 노력들이 구속부상자회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조차 그들은 “한 신문사 기자의 제보로 간접적으로 알았다”고 한다.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오전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들은 오후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조심스럽게 부속구상자회와 추진단 그리고 중재인 박주선 의원 간의 ‘이면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사실 기자라면 아니 이 상황에 관심이 있었던 누구든지 갑작스런 철거 발표에 의아해 했을 것이다. 도대체 8개월간 힘들게 농성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별관 철거 합의에 따라 무성히 흘러나오고 있는 지금의 뒷말은 분명 ‘아닌 땐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아닐 것이다. 무성한 추측, 억측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추진단, 부속구상자회, 박주선 의원은 자신들의 임무를 다 했다며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도청 별관 철거,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더 나아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이들만의 장난이 아니다. 커다란 국가 프로젝트이고 광주 시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사안인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불법적 로비, 혹은 '모종의 합의'를 ‘Under The Table’이라고 표현을 한다. 협상 테이블 그 아래 있는 무언가의 계략, 음모, 합의... 이런 뉘앙스를 담고 있다.

과연 도청별관 문제는 추진단, 박 의원 구속부상자회의 ‘Under The Table’일까? 갑작스럽게 별관 보존에서 철거로 급선회한  ‘합의의 진실’은 무엇일까? 더 이상의 추측성 여론이 난무하기 전에 5.18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꼭 밝혀져야만 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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