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주를 갔다. 전남지역 출신 최인기 국회의원이 영산강 프로젝트를 두고 토론회를 개최한다기에 취재를 나간 것이었다.

그 전에 한번 4대강 정비사업에 관련한 워크숍을 들어봤던지라 조그마한 규모의 토론장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참석자를 위해 마련된 의자만 얼추 200석은 넘어보였고 여기저기 웅성웅성 서성거리는 사람들과 취재진들을 포함한다면 가히 500명 정도가 왔다고 해도 그리 큰 과장은 아닐 정도였다.

최인기 국회의원은 정치인이다. 그가 바라보는 이 영산강 프로젝트의 관점은 전에 환경단체가 주최했던 워크숍에서 바라보는 관점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제를 미리 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과는 ‘과연 다르다’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역 시민이 들었을 경우 이 프로젝트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길 것 같았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단상에 올라가 이름 좀 날린다는 분들이 이렇게 말을 하는데 어느 누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이날 토론회에서 오고간 대화들은 환경단체 워크숍에서 들었던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환경단체의 입장은 이 사업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하고 오늘 토론회는 수질개선과 수량 확보, 생태계 보존을 염두 해 둔 사업이니 그럴 리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문득 오성과 한음이 감나무를 가지고 입씨름을 벌였을 때 황희정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 그렇다. 환경단체 입장의 말도 일리가 있고 오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한 말도 맞다. 그렇다면 상호 간의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다.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들은 서로 마주보고 이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지는 않는 걸까. 만약 어느 한쪽이 피하고 있다면 그 한쪽은 분명 떳떳하지 못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지역을 살리는 것은 중요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모두 살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산강 프로젝트 나름의 길을 모색하는 것. 지금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양 측의 입장을 정리하고자 부산히 움직이는 내 머릿 속 기억장치는 오늘 무척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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