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촌 오빠들이 정월 대보름 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겁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어리석게도 그렇게 자버리면 정말 눈썹이 하얘진다고 믿고 두 눈을 비비며 잠을 참았던 기억이 있다. 쥐불놀이를 하려고 깡통을 찾으러 다니고 제재소에서 못 쓰는 나무 조각들을 모아 불을 피우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정월 대보름은 제일 좋아하던 찰밥을 먹고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던 즐거운 기억이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대보름은 365일 중 그냥 하루, 평범한 날로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 취재는 정월 대보름 행사를 개최한다는 담양에 위치한 조그마한 운산마을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통편이 불편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이러한 말이 있지 않는가. ‘찾는 자에게 그 길이 있나니.’

힘들게 찾아간 담양 대덕면 운산마을. 40여 가구 정도 밖에 안 되는 마을이지만 오늘은 활기가 넘쳐나 보였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가고 타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마을 풍경을 담고 있었다.

민요가 마을에 울려 퍼지고 하늘에 제를 지내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광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어림잡아 100여명 정도?

가족단위로 문화체험을 위해 왔다는 그들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연을 날리고 팽이를 만들고 복조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잊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비록 지금은 바쁜 생활에 그냥 지나치는 날로 자리 잡았지만 어린 시절 경험했던 정월 대보름의 추억은 아직 내 마음속에 살아있고 한번 씩 꺼내 웃음을 주는 소중한 기억이 됐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비록 부럼을 깨물지 못하고 오곡밥과 나물을 만들 여유는 없겠지만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과 소원 하나쯤은 오늘 빌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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