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몸이 어째 무겁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오늘 기어코 몸이 고장 나 버렸다. 이것저것 할 일은 많은데 머리는 돌아가지 않고 타자를 두드리는 손은 더디기만 하다. 아침에 인용보도와 그 외 할 일을 끝내놓고 나니 한숨을 돌리기 보다는 앞으로 할 일에 한숨이 더 쉬어졌다. 저번에 내놓은 아이디어 관련 취재도 가야 하는데. 밀린 취재가 많은데. 기사도 써야하는데... 혼란스러움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감기 때문에 몽롱했던 정신이 핸드폰 문자가 오는 소리에 제자리를 찾았다. 광주전남 예총에서 오찬회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총사람들과는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한 적이 없기에 명함 교환을 위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딱~하고 밥상을 차려놨으니 보도 자료로 나올만한 큰 소식 한 개쯤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우선 급한 기사를 처리하고 오찬회 장소로 향했다.

분명히 사무실 근처인데... 헤매다 겨우 장소를 발견하고 조금 늦게 들어갔다. 미리 다른 문화부기자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문화부 기자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 또한 생각해보니 처음인 듯하다. 예총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타 신문사 문화부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늘 문화관련 기사를 이 오찬회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냐는 것이었다. 다른 기자들도 온통 그 생각에 집중을 한 듯 점심으로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이 제대로 입에 넘어가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침묵 속에 몇 분이 흘렀다. 한 기자가 그 침묵을 깨고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 흔히 말하는 큰 건(?)이 없냐고 말문을 텄다.

그 순간 일동 취재수첩을 꺼내 볼펜을 잡아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음이다. 하지만 예총 측 답변은 간단했다. ‘아시아문화예술제’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뿐 특별한 보도 자료는 오늘 나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기자들은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문화면 톱을 비워두고 나왔는데 그 곳에 어떤 것을 채워 넣을지에 대해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돌아가면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기자들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에 보도 자료는 필수였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이런 자리에 기사거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건만.

아픔 몸을 이끌고 나와 소득없이 돌아간다는 생각에 자리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감기로 인해 훌쩍거리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역시 건강이 우선이다. 그래야 이런 오찬회 자리가 아닌 내발로 뛰어서 좋은 기사거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래 감기로 병원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어서 빨리 털어내고 제 컨디션을 찾아야한다.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감기가 던진 지혜 하나.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지만 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친 것이기도 했다.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히 두발로 뛰어다닐 수 있는 몸 상태를 언제나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내 일을 오늘하루 책임지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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