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공부방 봉사활동 현황에 대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공부방들은 대학생 봉사자 선생님의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광주 각 구에 있는 자원 봉사센터에서 대학생 자원 봉사자 수를 파악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수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치상으로 나온 통계는 이와 달랐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등록된 봉사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봉사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공부방 현장에서는 봉사자 인력난으로 고생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공부방 현장에서 만난 인력난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어떤 곳은 겨우 2명으로 30명이 넘는 초. 중등학생들을 담당하고 있었고 그마저 전혀 없는 곳도 있었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까? 시설장의 입장을 듣고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말을 들어봤다.

한 대학생 봉사자는 장학재단이 장학금을 준다는 조건으로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어서 하게 되었다며 말을 꺼냈다.

대학생 봉사자들의 자기주장은 뚜렷했다. 취업난 속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학업과 취업관련 자격증을 따기에도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와중에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만나본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장학재단의 조건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며 분명 보람을 느끼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자신의 봉사활동이 낭비처럼 생각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시설장들도 이런 요즘 대학생들의 의식 때문에 종종 곤란한 상황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공부방은 장기적으로 학생들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대학생들은 자격증 시험, 학교 중간.기말시험, 갑작스러운 취직이나 개인사정으로 장기적으로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오더라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게 그들의 속내였다.

대학시절 1년이 넘게 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다. 이력서에 한 줄을 채우기 위해서도 그 봉사시간으로 학점을 따기 위해서도 아닌 순수한 의미의 봉사였다. 선배 손에 무작정 이끌려 봉사활동의 내용도 모른 채 시작했던 봉사는 보람도 있었지만,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어 그만두기 참 아쉬웠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불과 2,3년 사이에 대학생들의 봉사 마인드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학점과 이력,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자기 미래에 좋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물론 그들을 나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봉사가 의무도 아니고 법적으로 제도화 되어있는 절대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취업대란으로 그들의 앞날도 캄캄하고 불안하니 미래를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투자하는 그들의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적 흐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더 힘든 자들을 위해 대학생들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자신이 조금만 손을 내밀어도 기뻐하고 반길 곳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잠깐의 봉사활동이지만 그로 인해 대학생들의 마음속에 순수한 봉사의식이 자리를 잡는다면 그 대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남들과 다른 사회를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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