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를 보내고 한참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는데 이용대의 소식을 발견했다.
이용대 선수가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 홍보대사에 위촉이 될 것이란 이야기였다. 이용대 선수가 광주에 온다는 말에 귀가 쫑긋거렸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멋진 윙크를 보여주며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그 인물이 아닌가. 취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우러났다. 물론 지금까지의 취재가 다 그렇지 못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는 것만큼은 밝혀두고 싶다.

도시철도공사에 전화를 하고 정확한 시간을 물어 제시간에 제깍 하고 도착했건만 위촉식이 조금 일찍 시작했나보다. 취재진들이 웅성거리는 곳에서 이용대 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사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니, 정신없는 그 틈에 어느새 합류해있었다. 훤칠한 외모에 큰 키가 눈에 띄었다. 이 선수는 홍보대사가 된 소감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후 직접 지하철 탑승을 체험해 보기 위해 상무역으로 이동했다.

도시철도공사에서 상무까지는 지하로 이어져있었다. 관계자들만 들어가는 그 곳을 기자라는 이름아래 특권으로 누려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선수 취재 명목 하에 지하철을 공짜로 탑승하는 행운까지 덤으로.

포즈와 웃음을 자꾸 요청하는 기자들 때문인지 이 선수의 표정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았다. 형식적인 사진을 찍고 기회를 틈타 사진과 사인을 받는 특권을 누린 후 사무실로 돌아와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위촉식 때 가지고 온 보도 자료를 들여다봤다. 어이쿠, 이거 완전 사기네.
보도 자료에는 그 당시에는 탑승할리 없었던 이용대의 지하철 탑승 소감이 실려 있었다. 위촉식 때 이용대가 했던 말도 한글자도 빠짐없이.

진실은 이랬다. 도시철도공사에서 준비한 멘트를 이 선수가 그대로 전달받아 읽은 것이다. 바로 보도 자료의 숨은 속사정이라고나 할까. 기사는 신속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의 보도 자료는 미리 만들어져 나온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행사는 보도 자료와 똑같이 진행되니 보도 자료가 거짓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기자가 되었기에 이런 일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전공이 신문방송학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보도 자료의 비밀. 아, 보도 자료의 존재자체부터가 흥미로울지도.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이런 보도 자료가 필수.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보도 자료란 녀석에게 흥미를 갖진 않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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