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구 광주은행 본점 6층에 위치한 국가위원회 광주지역사무소. 최근 행정안전부가 국가위원회의 축소.폐지를 통보해 존치의 기로에 놓여있다. ⓒ광주인

여론, "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지는 안된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지역사무소를 폐쇄하고 절반에 가까운 인력(49%)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독립국가기관인 인권위의 기능을 축소시켜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인권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대여론이 거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이래 인권 업무 수행을 전담하고 있으며 업무수행에 있어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 받고 있는 국가독립기관이다.

지난 19일 광주 시의회(의장 강박원)가 정부의 인권위 조직축소와 광주지역사무소 폐지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와 일선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또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인권위 조직 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내민 탁상공론형 조직개편안 실체?

현재 인권위의 인력을 거의 절반이나 줄인다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에 내놓은 이 ‘과격한 방안’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명쾌하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축소한 ‘조직개편검토안’에 대해 실무 전문가가 판단하기에 그 정도 숫자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이유를 밝힌바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지 명목상의 이유를 붙이기 위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인권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인수위 때는 엄연히 독립국가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려다 거센 여론의 반대로 실패 했었고, 이후 친정부적인 사람을 인권위로 들여보내려는 이른바 코드인사를 실행해 입맛대로 길들이려 했다. 여론은 이러한 전례가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이유가 이유답게 느껴질 리가 있냐는 반응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안전부가 "국내인권 수준이 예전과 달리 높아졌다며 신체 자유와 같은 자유권을 다루는 정책 부문의 비중여부를 들먹이고 인권위 조직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날로 늘어가는 인권침해 사례에 관한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사무소, "갈수록 업무량은 증가하는데 폐지라니"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는 2005년 10월 개소하여 현재 7명의 인원이 업무를 보고 있으며 업무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

광주지역사무소에 따르면 인권상담 건수가 ’05년 364건, ’06년 2,573건, ’07년 3,337건, ’08년 4,917건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단순 상담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진정, 민원, 안내 등의 업무량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업무가 추가되어 오히려 인력을 확충해야 할 형편이다.

광주지역사무소는 "이와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지역사무소를 폐지한다는 말을 행정안전부가 운운하는 것은 인권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부족이며 사회 소수약자와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것"이라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위 지역사무소가 폐지된다면 지방에서 성실한 상담과 처리가 불가능해져 인권위원회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될 것" 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사회단체. 지방의회 “민주 인권 평화도시 광주에 꼭 필요”

행정안전부의 ‘인권위 축소와 지역사무소 폐지’에 대해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반대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사무소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추후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연계해 대응할 방안을 토의할 계획이다.

임경연 광주인권운동센터 활동가는 “인권위 지역사무소가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된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계층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의 보류이고 안식처인 인권위 지역사무소를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임씨는 “해마다 인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인권위 지역사무소만이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보다 인원이 확충되지는 못할망정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광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지부장 정최옹, 이하 광주민변)도 인권위 축소 및 지역사무소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상훈 광주민변 사무국장(변호사)은 “광주지역 많은 변호사들이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와 함께 연계해 인권관련 사항을 처리해 왔다며 지역사무소가 폐지된다면 동지를 잃은 것과 같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회복지와 인권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현 사회에서 인권위 지역사무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사무소 폐지는 인권위가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여러 인프라와 시스템 망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 역시 행정안전부의 ‘인권위 축소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이정강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 소장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독립기관인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고 지역사무소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신자유주의 물결에 맞춰 작은정부 추진의 일환으로 실행하려는 것이라면 행정안전부에서 먼저 인원을 절반으로 감원하고 조직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소장은 “행정안전부에서 통보했다고 해서 독립기관인 우리가 그 통보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인권위는 현 조직 체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행정안전부 측에 이미 밝힌 상태다”고 입장을 전했다.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지에 대해 광주시의회,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다음 행보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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