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2∼23일 제작거부의사 밝혀
언론단체·야당 KBS 이병순 사장 규탄


KBS(사장 이병순)가 군사 정권 이래 처음으로 PD와 기자들을 파면하고 해임하는 중징계 조처를 해 KBS 내부는 물론 언론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의 광범위한 반발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디어 오늘>이 20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파면과 중징계 조치를 받은 PD와 기자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로 권력 개입의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정연주 전 사장 밀어내기와 이병순 사장의 취임 과정에서 사내 공권력 투입 문제, 이사회의 불·탈법적 회의진행,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의 개입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파면된 양승동 PD(사원행동 공동대표)·김현석 기자(대변인)와 해임된 성기호 기자 등은 이번 징계에 불복해 2주 이내에 하게 돼있는 재심청구와 함께, 부당징계 무효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양 PD는 20일 “방송·언론인으로서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동해왔다”며 “회사가 잔인한 결정을 통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PD협회(회장 김덕재) 등은 19일 잇따라 징계철회와 이병순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95.5%의 찬성률로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KBS 노조(위원장 강동구)는 2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2차 ‘부당징계 규탄대회’를 열고 22일부터 이틀 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집단 대체휴가를 이용한 제작거부에 들어갈 예정이다.

KBS 기자협회는 20일 성명에서 이번 징계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인사 살인’이며,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려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의 손아귀에 넘겨주려는 반민주적 방송 장악에 맞서 KBS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기자와 프로듀서들의 의로운 투쟁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폭거”라고 성토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부당징계를 철회하지 않으면 PD들 모두 다 파면당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KBS는 지난 15일 특별인사위원회(위원장 유광호 부사장)를 열어 지난해 8월의 이사회 개최 방해, 폭력 및 기물파손 등의 사유로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등 2명을 파면하고, 성기호 기자를 해임했다. 이밖에 5명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2명)·감봉 6개월(2명)·감봉 3개월(1명)의 전례 없는 중징계를 16일 결정했다.

KBS는 20일 ‘사원들에 드리는 글’을 내어 “징계 대상자들이 △임의단체를 구성하고 불법집회 시위를 주동, 사내 근무 질서를 문란케 했고 △과격하고 폭력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사회의 업무를 방해하며 기물파손, 폭언 및 폭력행사가 있었으며 △근무시간 중 근무지 이탈해 집회에 참여하는 등 징계처분이 불가피했다”며 “이들의 양심과 신념을 탓한 게 아니라 법규의 일탈행위를 탓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80년 해직언론인협회·언론노조 MBC본부·기협 경향신문지회와 미디어행동·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최근 잇달아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싸운 언론인에 대한 야만적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한나라당은 KBS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20일 <미디어 오늘>과의 통화에서 “KBS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오늘>은 이 같은 발언에 “이는 정치 악재를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진보신당 사회당 등 모든 야당은 논평을 통해 이병순 사장을 강력 비판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일 KBS의 부당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도 벌일 것을 심각히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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