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광주인


14일 광주지역 고교생 3명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교육단체 '현수막 게시 반대운동' 3년째 전개 중

입시철마다 일부 고등학교 정문에 나붙은 '특정대학 합격자 명단 현수막'이 재학생들로부터 "상대적 박탈감 등을 일으키는 인권침해"라며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부딪히고 있다.  

광주지역 고등학생 3명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지부장 최은순)와 함께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이 학생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1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 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 제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한 고교생은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 입시철마다 내거는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 및 관련 게시물이 학생들의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학 외의 다른길을 선택한 학생들을 배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는 대학입시라는 결과물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권위 진정서 제출에 대해 청소년 인권단체 및 교육관련 단체에서는 "현재 재학중인 고등학생 3명이 주도했다는 것이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으로 인해 받았던 열등감에 대한 피해사례를 연이어 발표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에 떳떳해 질 수 있도록 현수막이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도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특정대학교 합격 현수막을 내건 광주지역 고등학교의 명단을 공개하고 "똑같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합격을 축하하며 진로 선택을 배격하는 행위는 대입과 고졸을 구분짓는 명백한 학력차별이다"고 설명했다.

특정대학교 합격 게시물 반대 운동을 지난 2006년 광주에서 최초로 시작한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일로 인해 '특정대학 합격게시물 반대운동'이 광주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퍼지길 바란다”고 진정서를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장은 “진정서에 대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 학교의 의식이 변화하길 바란다"며 "합격 현수막 반대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최은순 지부장 (왼쪽에서 두번째)이 광주지역 고등학생 3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 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광주인


이 진정서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광주지역 고등학교 학생 3명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 사무소에 제출되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3개월 이내에 진정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관 파견이 이뤄질 예정이다.

아래는 이날 진정서를 제출한 한 고등학생의 의견 글.

학벌사회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수능을 치룬 한 여고생입니다. 저희 학교에서 합격이 발표나기 오래전부터 'OO대 합격-OOO'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저희는 학교를 들어가야 할때마다 그 현수막을 보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걸 볼 때마다 저희는 좌절을 느껴야 했지요. 학교의 자랑거리, 명예, 지위 때문에 학생들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학교가 저는 정말로 싫습니다.

저희 학교에 대학을 가지 않는 친구는 없습니다. 모두 대학을 간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어째서 특정한 학교에 가는 아이의 이름만 학교 대문에 걸려야 하는 겁니까?

학벌사회. 좀 더 이름있는 대학에 가야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하고. 교육이라는 것을 시장의 개념으로 여기는 어른들의 생각은 정말로 문제가 있습니다. 심화반 편성하는 것을 정당하게 보고, 0교시 수업을 주창하고, 특목고 설립에 애를 쓰고. 가난한 가정에 대한 배려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상품처럼 취급하는 어른들이 미워집니다. 교육이라는 것에 경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책들을 보다 보면 경쟁에 뒤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이제는 무섭습니다. 경쟁이 최우선시 되면서 한국의 학벌사회는 더욱 더 깊숙이 자리잡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 대문에 떡하니 걸려있는 고시합격이라던가, 명문대합격이라던가 학벌사회를 더더욱 심화되게 만드는 현수막을 걸지 말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저희들 가슴에 대못을 박지않게, 사회를 망치지 않게, 아이들이 자신의 대학에 떳떳해 질 수 있게 현수막이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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