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걸레를 들며 청소를 하는 이복단(63.여.광주 서구 광천동) 할머니. 사진요청에 어색한 포즈를 취하셨다ⓒ광주인

광주 서구 광천동 시외버스터미널 안. 버스를 기다리면 앉아있는 승객들 사이에서 열심히 물걸레질을 하며 돌아다니는 한 분이 계셨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복단(63.여.서구 광천동)할머니. 'ㄷ용역‘에서 파견 나와 일하시는 이복단할머니가 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째다.

10년 동안 터미널에서 일을 하시며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여쭤봤다. “이 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에서 청소상태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면 우리도 정말 힘들어.” 현장에 근무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업무 상태로 지적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아참, 내가 지금 화장실 구역 담당인데 말 좀 해줘요. 제발 담배꽁초랑 가래는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할머니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젊은 처녀 총각들이 얼굴도 예쁘면서 화장실은 왜 그리도 함부로 쓰는지.... 터미널 전체가 금연 건물임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담배꽁초 때문에 청소가 너무 힘들어. 비질로 잘 치워지지도 않고.” 실제로 할머니 청소구역인 화장실 여기저기 담배꽁초들이 눈에 띄었다.

허리를 굽혀 담배꽁초를 주우며 말을 이어갔다. “경제가 어려운지 월급도 안올려주고. 우리 같은 노인들은 괜찮지만 젊은이들은 월급 올려달라고 사장한테 난리가 아냐. 열심히 일하는데 짠하기도 하고.....”

할머니는 월급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냥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새해 바라는 것이 혹 있냐고 묻는 질문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셨다. “경제가 풀어지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우리들은 괜찮아. 젊은 사람들이 힘 안 들어야지. 애 안태우고고 걱정 안하게 경제가 좀 좋아졌으면 좋겠어. 그것뿐이야.”

이 말을 끝내면서 이 할머니는 다시 한 번 화장실을 깨끗이 써달라고 부탁했다. “화장실 깨끗이 쓰라고 좀 써줘. 청소 좀 편안하게 하게. 청소하러 얼른 또 가봐야지. 이만 어여 갈게.” 구역 담당 청소가 밀렸다며 서둘러 걸음을 옮기시는 이 할머니의 서둘러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