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익을 해칠 목적’ 검찰 입증해야만...처벌 사례도 드물어 

검찰이 그동안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인터넷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글을 써온 박모(30) 씨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긴급체포하자, 그 배경과 함께 과연 실체적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박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른바 '인지수사'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지 수사란 누구의 고소고발이 수사 의뢰없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 측에서도 "미네르바를 고소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측에서도 독자적인 수사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를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체포한 것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허위사실유포 전담반이 있기 때문이란게 검찰의 공식 설명이다.

박 씨를 현재 조사중인 검찰은 9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있다고 지적한 미네르바의 글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글이다. 검찰은 공식브리핑에서 "(그 글은) 누가 봐도 허위 아니냐. 그 글이 올라오고 나서 내사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다. 이 조문의 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단 첫번째 관건은 그 글이 과연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는 것이냐 여부가 될 것 같다. 검찰은 이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에 대해 "너무 광범위하고도 모호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즉 억울한 처벌이 생기지 않도록 형벌 규정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지칭하는 공익의 범주가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나온 지적들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제멋대로 "저 사람은 나쁜 사람, 공익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면 바로 인신구속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하려면 허위사실을 광범위하게 퍼뜨려 혼란을 일으키려는 명백한 의도와 계획이 있었는지 등을 엄밀히 따져야 하며, 처벌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입증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 조항이 '공익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인터넷 등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실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형사처벌된 경우는 드물다.

앞서 검찰은 촛불시위가 한창일 당시인 작년 '5월17일 전국 모든 중·고교 단체 휴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재수생 장모군(18)을 지난해 9월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바 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개념이 불확정적이고 형벌법규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해 국민들 간 의사소통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두번째 관건은 당시 박 씨의 지적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는 지적을 검찰이 넘어서야만 한다. 기획재정부 측은 달러매수 금지 명령을 공문으로 보낸 적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으나, 외환당국이 연말에 개입한 흔적은 너무나 뚜렷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DJ정권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8일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연말) 외환당국이 연말 환율을 낮추기 위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12월 내내, 특히 20일 이후에는 거의 매일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외환당국이 12월말 환율을 최대한 낮추려고 한 이유는, 그 환율이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원화로 환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는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항공사나 한전, 정유사 등 외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율이 낮아질수록 환차손이 적게 난 것으로 평가되어, 결산시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이 덜 줄어들고 건전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박씨가 '긴급명령을 내렸다'고 표현한 것이 "이같은 외환당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역설적으로 쓴 글"이라고 주장할 경우 상당한 설득력과 근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박 씨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사하고 체포하고 구속하는 것까지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사회일각에서는 "주가 3000까지 간다고 호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장담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더욱 그렇다.

결국 허위사실 유포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체포에, 구속영장 청구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박 씨의 정체가 "30살에 전문대 졸업의 백수"란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이른바 '경제대통령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의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9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예측한 것도 있지만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이 크다"면서 "유신시대처럼 말문을 막기위해 잡아간 것같다.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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