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진입로 막고 "못받겠다"…언론 단체 "청와대 언론관 보여준 것"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인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11개 언론 관련 단체가 제안한 '언론인과의 대화'를 거절했다.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단체 대표들은 27일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제안서와 언론인 7800여명의 시국선언 서명지를 청와대 대변인실에 전달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춘추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제안서를 받지 않겠다"며 언론 단체 대표들이 탄 차량을 삼청동 진입로에서부터 막아섰고, 1시간 여 동안 대치했다. 

대표들이 여러 차례 춘추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춘추관에 들어가지 않고 기자들에게 제안서만 주고 오겠다" "춘추관이 안 되면,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하겠다"고 했지만 이 관계자는 "춘추관은 안 된다. 민원실도 온라인, 팩스, 우편접수 외에는 받지 않는다. 정 직접 접수를 하고 싶다면, 민원실 종합안내실에 우편함이 있으니 대표 2명만 와서 제안서를 넣고 가라"고 말했다.

이희용 기자협회 부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감안해 오늘(27일) 대화 제안서를 제출하겠다고 춘추관 담당자에게 얘기했는데, '대통령 일정이 바빠 제의를 받기 어렵다'며 '춘추관에서도 제안서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11개 언론 단체는 한국의 전체 언론인을 대변하는 곳인데, 제안서를 받아달라는 요구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문전박대하는 것은 청와대의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자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시국선언 대표들은 청와대 경비팀과 경찰이 막아선 춘추관 진입로에서 '대통령과 언론인의 공개 대화 제안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제안서에서 "현재 시민사회와 언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많은 언론인들은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기도로 의심하고 있으나 정부 관계자들은 다르게 보고 있는 듯 하다"며 "이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정부와 언론 간에 불신이 싹트고 갈등이 부풀려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시국선언을 추진했던 단체의 대표자들은 대통령님과 언론인들의 공개적인 대화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그 형식은 TV 토론이 될 수도 있고 공개 간담회가 될 수도 있다…참석자와 의제 등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제안이 성사돼 정부와 언론이 건전한 동반자적 관계를 복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은 "청와대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춘추관에 제안서를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제의를 하러 가는데 입구에서부터 막는다는 것은 오늘 한국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언론인 7800여 명의 의지가 담긴 제안서를 청와대가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고, 11개 단체 대표들과 논의해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다시 입장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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