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날아온 그리움의 노래 <동백아가씨>
27일 광주극장 개봉...29일 오후 박정숙 감독과 대화
<동백아가씨>는 2002년 단순히 여행을 위해 방문한 소록도에서 손가락 없는 뭉뚱그려진 손으로 빨래를 하던 한 할머니를 잊지 못했던 박정숙 감독이 2003년 소록도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결심으로 다시 섬을 찾고, 그곳에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구슬프게 부르는 한센인 이행심 할머니를 만나 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행심 할머니의 한 많은 삶으로 시작한 <동백아가씨>는 자연스럽게 소록도와 한센인 전체의 역사로 확대되어 갔고, 2005년 도쿄에서 진행된 ‘소록도 한센인 보상청구소송’과 2006년의 보상결정까지 담으며 3년여에 걸친 소록도 이야기를 완성했다. 소록도에서만 74년을 산 이행심 할머니의 삶이 일제 식민지 30년, 해방 후 60년, 그렇게 90년을 이어져 내려온 소록도 한! 센인의 아픔의 역사 그 자체인 것을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는 담담하게 증거한다.

동백아가씨 Lady Camellia (2006년,77분,전체 관람가)
감독_박정숙 ㅣ 출연_이행심
 

박정숙 감독 관객과의 대화 - 11월29일(토) 오후 6시30분 <동백아가씨>상영 후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
추운 겨울, 마음을 녹여줄 단 하나의 감동 다큐멘터리


주인공 이행심 할머니는 네 살에 한센인 부모를 따라 소록도에 들어와 일제의 강제노역과 배고픔 끝에 결국 열 일곱 꽃다운 나이에 한센병에 걸린 소록도의 산 증인이다.

<동백아가씨>는 일제가 재정한 나예방법에 의해 소록도에 강제 격리수용된 한센인들의 역사적 아픔은 물론,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임신과 양육의 자유를 강제로 송두리째 빼앗긴 이행심 할머니의 한 많은 개인사를 생생한 증언을 통해 내밀하게 담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일개 개인사를 넘어 잊혀진 또는 몰랐던 우리의 근.현대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고 더불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금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힘과 감동이 있다.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우리 역사의 윗목 한 켠, 아름다운 섬, 소록도의 슬픈 역사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이 오롯이 박힌 역사와의 슬픈 조우


1931년 나예방법 제정과 함께 조선의 한센인들을 소록도로 강제 이주시킨 일본군은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약이나 치료를 제공하기 보다는 온갖 강제노역에 동원하기 시작했고,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무차별하게 자행된 단종수술과 강제낙태를 자행했다.

어떠한 역사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소록도 곳곳에 아픈 상처로 남아있으며, 카메라는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낸다.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5분이면 갈 수 있는 소록도는 해방 이후에도 그 식민의 잔재가 그대로 드리워져 존재해왔다. 한센인들은 세 번 죽는다고 한다. 한센병에 걸려서 죽고, 감금실에서 죽고, 화장을 당함으로써 마지막으로 죽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인다면, '왜곡된 인식으로 인한 정신적 죽음'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한센병은 감기보다도 전염력이 약하고 그 치료 또한 아주 쉽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밝혀진 사실. 그러나 현재도 이 땅의 한센인들! 육체적 질병이 아닌 왜곡된 인식의 질병, 사회적 차별의 질병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박정숙 감독은 소록도의 첫인상을 ‘너무나 가까워서 놀라웠다’고 회고한다. 식민지 30년, 해방 후 60년, 그렇게 90년을 이어져 내려온 아픔의 역사.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만들어졌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편견과 차별을 녹이는 희망의 다리라고, 그렇게 소록도와 육지는 마음으로 가까워져야 한다고 <동백아가씨>는 말한다.

Tip 한센병(Hansen disease) : 오랫동안 문둥병 또는 나병으로 불렸다. 1872년 노르웨이 의사 한센(G.A.Hansen)이 나균을 발견하면서 한센병으로 이름지어졌다. 한센병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게서 배출된 나균에 오랫동안 접촉한 경우에 발병하나 전세계 인구의 95%는 한센병에 자연 저항을 갖고 있기 ! ㏏에 나균이 피부 또는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쉽게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나균을 배출하는 환자의 경우도 리팜핀(리팜피신) 600mg을 1회만 복용하여도 체내에 있는 나균의 99.99%가 전염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한센병은 비록 제 3군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었지만 격리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며, 성적인 접촉이나 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Tip 02 이미자 ‘동백아가씨’: 1964년 이미자가 부른 곡.(작사 한산도, 작곡 백영호) 발표 당시의 기록적인 인기와 함께 금지곡으로 묶여 더욱 유명해졌고,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해금되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국민 트로트 중 하나이다. 소록도에서 칠십 년을 넘게 산 이행심 할머니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글: 광주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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